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유해란(24·다올금융그룹)은 데뷔 2년차이던 지난 시즌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역전 당하는 최종라운드 징크스에 울며 번번이 우승을 코앞에서 놓쳤다. 지난해 4월 열린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이 대표적이다. 유해란은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았지만 1~2번 홀 연속 보기로 초반부터 무너지며 5위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또 7월 CPKC 여자오픈, 10월 LPGA 투어 메이뱅크 챔피언십에서도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다 최종일 역전을 허용했다. 올해도 징크스는 계속됐다. 지난 달 열린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도 공동 선두로 3라운드를 마쳤지만 최종라운드 초반 6개 홀에서 보기 4개를 쏟아내며 공동 6위에 그치고 말았다.

지독한 4라운드 징크스에 시달리던 유해란이 1~4라운드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투어와이어’ 우승을 달성하며 징크스를 훌훌 날려 버렸다. 유해란은 5일 미국 유타주 아이빈스의 블랙 데저트 리조트 골프코스(파72·6629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신설 대회 블랙 데저트 챔피언십(총상금 3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6개를 묶어 8타를 줄이는 맹타를 휘둘렀다.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를 적어낸 유해란은 공동 2위 인뤄닝(23·중국) 등을 무려 5타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9월 FM 챔피언십 이후 약 8개월 만에 우승한 유해란은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우승상금은 45만달러(약 6억3000만원). 유해란은 또 자신의 최고 성적 23언더파 기록도 경신했다. 유해란의 우승으로 2월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의 김아림(30·메디힐), 3월 포드 챔피언십의 김효주(29·롯데)에 이어 한국 선수들은 이번 시즌 3승을 합작했다.
유해란은 경기 뒤 “셰브론 챔피언십을 마치고 샷 감각이 떨어진 것 같아서 한국의 코치에게 매일 전화했는데 코치는 ‘문제가 없으니 그냥 자신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며 “나 자신을 믿으며 경기를 이어간 덕분에 좋은 결과가 따라온 것 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인뤄닝에 두 타 압선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유해란은 1번 홀(파4)부터 버디를 낚으며 기세를 올렸고 6~7번 홀에서도 연속 버디를 떨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헨젤라이트가 전반에만 버디 5개를 잡으며 9번 홀(파5)까지 한 타 차로 추격했으나 유해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11번 홀(파4)에서 버디를 떨궈 헨젤라이트를 두 타 차로 따돌렸다. 12번 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이 그린 인근 벙커로 향했으나 환상적인 벙커샷으로 공을 홀에 붙이며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위기를 넘긴 유해란은 13번 홀(파5)에서 짜릿한 이글을 낚아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유해란은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 100%, 그린 적중률 83.3%를 기록할 정도로 드라이브샷과 아이언샷이 모두 정확했다. 퍼트도 27개에 불과했다. 유해란은 아울러 2라운드 9번 홀, 3라운드 11번 홀에 이어 3일 연속 이글을 적어내는 진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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