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감찰 조사팀서 현장 조사 진행 예정…적법 조치할 것”
박정택 육군 수도군단장(중장)이 자신의 비서실 근무자들에게 갑질을 이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내가 다닐 수영장 등록을 지시하고, 자녀 결혼식 때 장병을 동원해 잡무를 시켰다는 내용 등이다. 육군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감찰팀이 현장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군단장과 그 가족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수시로 비서실 직원들에게 업무 외 지시를 내리는 등 갑질을 일삼았다는 제보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 군단장은 지난해 3월 비서실 근무 인원에게 아내가 다닐 수영장의 아쿠아로빅 과정 접수 방법을 확인하고 대리 신청을 지시했다. 비서실 직원은 선착순 접수로 진행되는 아쿠아로빅 등록을 위해 오전 4시부터 수영장 밖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박 군단장 부인 A씨도 이 직원이 하는 업무가 사적인 일이라는 것을 인지한 정황이 나왔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통화음성을 보면 A씨는 이 직원에게 “개인적인 일로 주말에 신경 쓰게 했다”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박 군단장은 자녀의 결혼식 날에도 비서실 근무 인원에게 메이크업숍과 결혼식장까지 운전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군단장은 하객 인원 체크, 자리 안내도 비서실 인원에게 업무를 시켰으며, 중고거래 대행, 스포츠 경기 티켓 확보 등 사적 업무 등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이 인권센터 주장이다. 당시 박 군단장은 ‘결혼식에 식사할 수 있는 인원이 150명으로 한정돼 있으니 (하객이) 150명 다 왔으면 밥을 먹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 직원은 군단장을 대신해 군단장이 키우는 앵무새 새장을 사고, 관사 내 러닝머신을 대신 중고거래하기도 했다. 이 직원은 박 군단장 지시로 이 과정에서 공무차량이 아닌 개인 차량을 이용했다. 직원들은 군단장의 지시로 야구·축구·아이스하키·농구 등 경기의 테이블 좌석과 VIP 티켓을 구해오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너 표정을 왜 그따위로 하고 다니냐’와 같은 폭언까지 들으며 하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 것은 군인으로서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수도군단장은 집무실에 비서실 직원이 여럿 모인 자리에선 따로 사적인 지시를 하지 않다가 부사관 직원들과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하는 등 사적 지시가 외부에 알려지면 문제가 될 만한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국방부에 “장군 지휘부를 보좌하는 비서실, 부관직 등 모든 보좌 군인의 업무 실태를 점검하고 지휘관 당사자와 그 가족이 군인을 노예 부리듯 하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군은 이번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 중”이라며 “육군본부 감찰조사팀에서 제보내용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조사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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