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조2000억 결제… 두 달째 줄어
카드 발급도 1월 기준 21년 만에 감소
경기침체 우려 속에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법인카드 사용이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 기준 법인카드 발급은 2004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21년 만에 처음 감소로 전환했다.
2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법인 신용카드 발급은 1162만7000장으로, 지난해 12월(1164만9000장)보다 2만2000장 감소했다.

2018년 5월(-1만2000장) 이후 약 7년 만이자, 1월 기준으로는 신용카드 대란 때인 2004년 1월(-16만장) 이후 21년 만의 첫 감소다. 법인 신용카드 발급은 특수 상황이 아닌 이상 꾸준히 증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같은 달 개인 신용카드 발급이 1억2201만3000장으로, 전월보다 24만9000장 늘어난 것과도 대조된다.
법인 신용카드는 통상 사업자등록번호를 가진 법인 명의로 발급되는 카드를 말한다. 법인 통장 계좌와 연동해 결제 금액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한다. 법인카드 이용금액은 더 크게 줄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법인카드 사용액(은행·전업 카드 가맹점 승인 기준)은 지난해 12월 20조3000억원에서 올해 1월 18조원, 2월 17조2000억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법인카드 이용금액이 꾸준히 줄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골프 등의 경비를 줄이고 카드 사용한도 역시 축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앞서 SK그룹은 임원들의 법인카드 이용한도를 50∼70% 축소했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등 일부 사업부 임원들에게 해외 출장 시 비즈니스석 대신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숙소도 평사원과 같은 등급으로 제공하도록 했다. LS그룹도 올 상반기부터 사장급 이상은 일등석에서 비즈니스석으로, 임원은 비즈니스석에서 이코노미석 이용을 권고하고 있다. 카카오는 임원들의 골프회원권을 대부분 반납하도록 했다.
주요 대기업들마저 허리띠를 졸라맨 것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국내 정치적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후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법인카드 이용 감소는 오랫동안 침체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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