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할 뿐입니다. 그러한 노력만이 지속적인 평화로 가는 유일하고도 확실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평화 추구는 이 지역 전체와 전쟁에 지친 전 세계의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우리 모두 가슴속에서 간절히 염원하는 대의입니다.”(2014년 8월 14일 청와대 연설 중)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우리나라를 찾은 두 번째 ‘그리스도의 대리자(Vicarius Christi)’였다. 2014년 8월 14일,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세월호 참사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던 우리 사회를 따뜻한 위로로 감싸 안았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諡福) 미사와 충남 서산에서 열린 아시아 청년 가톨릭 행사를 잇달아 주례·격려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여러 차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특히 공항에 영접 나온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으며,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라고 전한 말은 특별한 치유의 언사로 큰 울림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기간 내내 한반도 평화를 간절히 호소하며 직접 나설 뜻을 거듭 내비쳤다. 2018년 4월 1일,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부활절 강론 중 “한반도가 대화로 화해를 이루길 바란다”라는 말로 시작해 “머지않아 남북 모두에게 우정과 형제애가 피어나길 기도한다”며 여러 차례 평화를 강조했다.

같은 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남북의 회담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며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직전에도 “한반도와 전 세계가 평화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뜻깊은 결정을 내리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2018년 10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을 교황청에서 만나 “초청을 받는다면 북한을 방문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지를 표명했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났을 때도 “이런 역사적 행보가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평화로 나아가는 도약이 되길 바라며, 당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후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이어갔고, 북한은 늘 교황청의 잠재적 방문국 명단에 올랐다. 가톨릭계에서는 2년 뒤인 2027년 8월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WYD) 때 교황이 관례에 따라 다시 방한하고, 이때 방북까지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됐을 만큼 한반도 평화를 향한 그의 의지는 각별했다.
아울러 교황은 2021년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유흥식 주교를 임명, 한국 가톨릭계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한국인 성직자가 교황청 장관급 고위직에 임명된 건 처음이다. 또 성직자성은 교구 사제와 부제들의 사목 활동을 심의하고 이를 위해 주교들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핵심 기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9월 사도좌 정기방문차 바티칸을 예방한 한국 주교단을 만나 90분 동안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알현 행사 뒤 한국 취재진과 만나 “교황께선 남북 관계가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며 “민족과 언어, 문화, 전통이 같은데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데 대해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교황은 한국의 농촌과 노인 문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상황에 개탄했고 노인들에게 배울 게 많고 그들의 경험을 소중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며 그들을 소외시키지 말라고 조언했다.
교황은 한국 자동차를 종종 타기도 해서 화제가 됐다. 2014년 방한 당시 방탄 고급 세단 대신 기아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쏘울을 선택했다. 또 지난해 싱가포르 방문에서도 2박 3일 동안 현대 아이오닉5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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