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명 중 1명 최우선 과제 꼽아
경제 위기에 국민불안감 극대화
대통령 선택기준 43%가 ‘인물’
이념·정당보다 중요하게 인식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열리는 6·3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경제 이슈가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42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절반이 넘는 유권자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정책 과제로 ‘경제·일자리’를 꼽았다. 진보 진영이 내세우는 ‘내란 심판’이나 보수 진영이 목청을 높이는 ‘반(反)이재명’ 주장과 사뭇 거리가 있다. 성장 둔화와 내수 부진 속에서 미국발 관세전쟁의 파고까지 몰려오면서 어느 때보다 경제 위기 의식과 국민 불안감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가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15∼16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1대 대선 매니페스토(정책공약) 특집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 중점 분야로 응답자의 57.3%가 ‘경제·일자리’를 선택했다. 2017년 3월16∼17일 19대 대선을 앞두고 세계일보와 공공의창이 실시한 여론조사 당시 응답 비율(36.7%)보다 20.6%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국민이 느끼는 경제 위기감은 인구절벽이나 북핵 대응보다 심각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다음으로 유권자가 중요시하는 의제는 ‘개헌 등 정치개혁’(21.9%), ‘저출산·고령화 대응 및 복지개선’(11.2%), ‘남북관계 및 외교·안보 안정화’(5.9%) 순으로 나타났다. 2017년 조사와 비교하면 외교·안보 11.7%포인트, 복지개선 6.7%포인트 각각 줄었다. 특히 진보층에서 ‘경제·일자리’를 선택한 응답자 비율이 68.4%로 보수(47.4%)나 중도(59.1%)보다 월등히 높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인구절벽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경제 현안이 국민에게 더 시급한 과제로 인식되는 것이다. 이전 조사 때인 2017년 3.4%이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0%로 하락했고, 올해 1.5%까지 추락할 전망이다.

차기 대통령을 뽑는 기준으로 국민은 ‘시대정신’이나 ‘정당’보다 ‘인물’과 ‘공약’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기 대통령 덕목으로 응답자들은 ‘인물의 능력과 도덕성’(43.6%)을 1순위로 지목했다. 이어 ‘공약의 현실성과 실현 가능성’(27.7%), ‘시대정신 부합 여부’(14.3%), ‘정당의 이념과 가치’(11.8%)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유권자 스스로가 이념과 정치성향에 따른 극단적 대결에서 벗어나 인물과 공약을 따지고 투표함으로써 정책선거가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약 분석의 세계적 권위자인 폴라 레만 베를린 사회과학연구소 박사는 취재팀과 서면 인터뷰에서 “공약은 정당이나 정치인이 다음 임기 동안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레만 박사는 60개국의 선거 공약 170만개를 분석한 인공지능 모델 ‘매니페스토버타(manifestoberta)’ 개발을 총괄했다.
이번 여론조사를 진행한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21일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인기 영합적인 정책을 앞세우기보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본질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모범적인 정책선거를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정책학회 자문을 거쳐 구성한 설문지를 토대로 ARS 휴대전화조사(무선 RDD)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사개요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조사기간 / 2025년 4월 15~16일
표본크기 / 1000명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 4.0%
조사방법 / ARS 휴대전화조사(무선 RDD 100%)
표본추출 / 성‧연령‧지역별 인구 구성비에 따른 비례할당추출
보정방법 /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셀가중), 2024년 12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조사주관 / 세계일보·공공의창
조사기관 /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뷰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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