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계엄 선포는 ‘큰 過’ 단언
민주당 전횡, 정치로 풀었어야
한·미·일 협력, 원전 복원은 功
사익 위해 핵버튼도 누를 李
탄핵 독주… 87체제는 수명 다해
난 손해 보더라도 잘못 바로잡아
박정희식 경제개혁 2개년 계획
AI 3대 강국·국민소득 4만달러
중산층 두텁게 키우는 성장 지향
“계엄과 30번의 탄핵으로 ‘87 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윤석열·이재명 둘 다 퇴장’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차기 국민의힘 대선주자를 결정짓는 치열한 경선에 뛰어든 한동훈 후보가 “이번 대선만큼 시대정신이 선명했던 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쪽(윤석열 전 대통령)에서는 계엄을 했고, 다른 한 쪽(더불어민주당)에선 탄핵을 30번 했다. 그대로 비슷한 사람이나 그 후예가 정권을 이어간다면 더 잔인한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며 “선수 교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고, 시대를 교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후보는 윤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그가 윤 전 대통령과 희(喜)·노(怒)·애(哀)·락(樂)을 함께했던 시간은 20여년에 달한다. 하지만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던 한 후보는 망설임 없이 ‘계엄 해제’에 앞장섰다. 그는 윤 정부의 공(功)으로 ‘한·미·일 협력관계 복원’, ‘원전 생태계 부활에 따른 AI 산업기반 조성’ 등을 꼽으면서도, 윤 정부의 ‘과(過)’를 묻는 질문에 “계엄”이라고 단숨에 답했다. 그는 “계엄은 정치를 포기한 것”이라며 “민주당은 분명 이상한 정치세력이었지만 정치로 풀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한 후보는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면 당사자(윤석열) 아닌 이야기를 그렇게 길게 담은 건 처음 봤다”며 “이재명은 자기 이익을 위해선 핵폭탄 버튼도 누를 정도로 위험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문에서 국회를 향해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한 대화와 타협이 부족했음’을 짚으며 거대야당의 독주를 지적한 바 있다. 한 후보는 “지금과 같은 AX(인공지능 전환) 시대는 인류 역사상 몇 안 되는 특별한 혁명의 시대”라며 “이 시기를 흘려보낼 수 없다는 절실함으로 시대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한 후보 대선 캠프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 정부 공·과를 논한다면.
“한·미·일 협력관계를 되살려 놓은 건 대단한 일이었다. 일본과 관계 회복한 건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한 것이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보수 정부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당시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일이었다. 정치인이라면 돌아가고 싶은 일이었을 테지만 해냈고, 지금의 ‘한·미·일 경제·안보 블록’ 이루는 밑바탕이 됐다. 또 전력량이 5∼6배 이상 필요한 AI 시대에 원전 생태계를 복원한 것도 잘한 것이다. 에너지 PC주의(정치적 올바름)로는 AI 시대를 대응할 수 없다. 그 기반을 닦아놓은 건 분명 대단한 성과다.
그렇지만 대단히 안타깝게도 ‘계엄’은 큰 과(잘못)다. 민주당의 전횡에 맞서 정치로 해결했어야 했다. 윤 정권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문자 읽씹 논란’, ‘이종섭·황상무 사태’, ‘김경수 복권’, ‘의대 정원 증원 혼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전 손해를 보면서도 바로잡으려 했다.”

―‘윤석열의 실패’를 검찰 이력에서 찾는 이들이 있다.
“검사에 대해 보통의 나쁜 인식이 있다.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 같은 것. 하지만 저는 그런 걸 전혀 지키지 않았고 오히려 정치를 하면서 그 반대로 했다. 권력 옆에서 아부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저는 문제를 바로잡으려 했다. (4·10 총선 당시) 제가 공천할 때 검사를 한 명도 내리꽂지 않았다. 대중이 판단해 주실 거라 생각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는 강점은 무엇인가.
“결국 이번 대선은 ‘계엄’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이 후보 전략은 뻔하다. “너희는 계엄을 옹호했어”라며 공격할 것이다. 뻔한 전략이지만 아픈 공격이다. 우리 국민의힘에서 안타깝지만 유일하게 그 공격에 명분 있게 적극 대응할 수 있는 후보는 저뿐이다. 계엄을 막으면 당에서 쫓겨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공식적인 당의 결정으로써 막았다. ‘위헌·위법한 계엄을 한 대통령을 유지하면 안 되고, 그 과정에서 국민적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생각은 한 번도 변한 적 없다. 국민의힘 정신이 오히려 그 책임감을 발휘한 정신이고, 이 후보와 싸우는 순간엔 그 공격은 적어도 제겐 통하지 않는다. 그다음부턴 ‘윤·이 둘 다 퇴장’이 시대정신인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물을 것이다. ‘30번 넘게 탄핵을 한 당신은 뭐냐. 계속 나라를 망치겠다는 것이냐’라고.”

―대선은 중도 싸움이라고 한다. 중산층 공약 많이 냈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3·4·7’(AI 3대 강국, 국민소득 4만달러, 중산층 70% 확대) 숫자를 이야기한 게 올드패션(구식)이지만, 시대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만 봐도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이 5개년 계획했던 시대랑 비슷하게 흘러간다. 대통령이 기업이 하기 어려운 일을 나서서 대신해 줘야 한다. 구식이지만 선출된 권력이 깃발 들고 자유무역에선 없던 과제들을 해결해 줘야 하는 것이다. ‘미래성장 2개년 계획’을 말한 이유이고, 그래야 성장이 되고 중산층이 강화될 것이다. 또 ‘성장은 복지의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근로소득세 인하’ 등 중산층 중심 복지 정책을 두텁게 가져가서 중산층을 키워야 한다.”
―당 일각에선 ‘한덕수 대망론’ 등 연대설이 제기된다.
“지금은 경선에 집중할 때다.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건 당연한 얘기이지만, 경선에 참여할 수 있었는데 안 하고 밖에서 기다리다 부전승으로 결승만 치르겠다는 건 불공정하지 않나. 치열한 경선 중인데 그런 얘기를 실체가 있는 것처럼 하는 건 경선을 희화화시킨다.”

―마지막 질문. ‘당 대표 한동훈’과 ‘지금의 한동훈’은 달라졌나.
“분명 달라졌다. 많이 들으려고 한다. 여기서 이 얘기, 저기서 저 얘기 다들 진지하게 다른 얘기를 하는데, 그걸 듣는 과정이 정치라는 걸 알게 됐다. 결국은 제 선택대로 하게 될 문제이지만, 그 확신을 갖게 될 때까지 시간이 되게 길어졌다. 누군가를 상처 주는 일에 대해 업무적으로는 개의치 않는데, 공사가 조금 섞이는 영역은 어렵고 힘들더라. 정치한 걸 후회하진 않지만, 정치가 참 어려운 일이란 걸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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