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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갈등에… 서울 봉천동 아파트 방화 7명 사상

입력 : 2025-04-21 19:15:41 수정 : 2025-04-22 0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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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방화범 현장서 사망

과거 아파트 거주, 윗집과 다툼
폭행 시비로 경찰 출동한 적도
이후 1.5㎞ 떨어진 빌라 이사

“농약 살포기에 기름 넣어 방화”
범행 전 집 인근에서도 불질러
주거지엔 “어머니께 죄송” 유서

월요일 출근 시간대인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남성이 불을 지른 후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화재로 4층에서 추락한 70∼80대 여성 2명이 중상을 입고, 4명이 연기흡입 등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방화범은 과거 층간소음 갈등을 빚던 이웃을 향한 원한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화재 현장은 참혹했다. 지상 21층 규모 아파트의 4∼5층 외벽은 검게 그을려 있었고, 깨진 유리 잔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인근 주민 10여명은 건물을 가리키며 심각한 표정으로 수군거렸다.

 

집 근처 건물에도… 한 남성이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건물을 향해 불꽃을 발사하고 있다. 경찰은 21일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도 이 남성이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는 경찰 과학수사대가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한 A씨의 오토바이를 조사하고 있었다. 오토바이 뒷좌석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름통이 발견됐다.

 

화재가 발생한 건물 6층에 거주하는 김모(44)씨는 잠옷 차림에 맨얼굴로 마스크만 쓴 채 “처음에 폭탄 터지는 것처럼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가 깨지는 따다닥 소리도 났다”며 “옷만 챙기고 나왔다. 큰소리를 듣고 연기 때문에 놀라서 나왔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같은 건물 13층에 사는 박모(56)씨는 “불이 난 직후 4층에서 한 남성이 뛰어내리는 걸 봤다”며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화재 현장 맞은편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3)씨는 “아침에 ‘뻥’ 소리가 났다. 타이어 펑크 날 때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며 “소리가 나서 밖을 보니까 연기랑 불이 났다. 화재가 난 건물 주민들이 ‘불이야’를 외치면서 불이 난 반대편으로 뛰어가는 게 보였다”고 말했다.

 

단지 뒤덮은 연기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21일 화재가 발생해 연기가 건물을 뒤덮고 있다. 60대 남성이 불을 지른 후 현장에서 숨졌고, 이 화재로 70~80대 여성 2명이 중상을 입는 등 6명이 다쳤다. 뉴스1

경찰에 따르면 방화 용의자인 A씨는 지난해 말까지 해당 아파트 3층에 거주하며 윗집인 4층 주민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9월에는 윗집 주민과 폭행까지 벌여 경찰이 출동했으나, 이후 처벌불원서를 작성해 형사처벌은 받지 않았다. A씨는 이후 1.5㎞ 떨어진 빌라로 이사했다.

 

A씨는 화재 당시 흰색 모자를 착용하고 마스크를 쓴 채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도구에 기름을 연결해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직전엔 A씨가 인근 빌라에서 흰 통에 담긴 기름과 농약살포기를 연결해 불을 붙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3년 넘게 이 단지에서 일해 온 경비원 B씨는 “A씨와 4층 주민 간 다툼이 있었다”며 “4층 아주머니가 경비실에 와서 신고해 자주 가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4층 주민이 ‘A씨가 욕도 심하게 한다’며 무서워했다”며 “A씨가 온 뒤 층간소음 신고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해당 층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화재가 난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김형준(33)씨는 “세대 간, 층간 싸움이 빈번하다”며 “쓰레기를 아래층으로 버리거나 상층에서 소주병, 벽돌 던지는 일도 있다.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죽이네, 마네’ 하는 등 싸움이 자주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화재를 낸 뒤 주거지에 “엄마 미안하다”, “할머니 잘 모셔라”는 내용의 유서와 함께 “이 돈은 병원비 하라”며 현금 5만원을 놓아두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오전 8시3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 인력 153명과 장비 45대를 투입해 약 1시간 만인 오전 9시15분 초진에 성공했고, 오전 9시54분 화재를 완전히 진압했다.


이예림·최경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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