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연장” 제안… 영구휴전 의지 의문
부활절을 앞두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치르는 전쟁을 일시 휴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종전 중재에서 손을 떼겠다는 미국의 경고가 나온 지 하루 만에 휴전 선언을 하며 국제사회를 향한 ‘여론전’에 나선 모양새다.
1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현지시간으로) 오늘 18시부터 21일 0시까지 부활절 휴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와 사전 논의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조치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측도 따를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처음에는 제안을 일축했지만 결국 휴전을 받아들였고, 오히려 연장까지 제안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오후 엑스(X·옛 트위터)에 “완전한 휴전이 유지된다면, 우크라이나는 휴전을 부활절인 20일 이후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휴전 선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중재에서 손을 떼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고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문답 중 “두 당사국(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 한쪽이 상황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면 우리는 ‘당신은 바보다. 우리는 (더 이상의 중재 노력을) 사양하겠다’고 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압박에 러시아가 사실상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그러나 영구적 휴전에 대한 양국의 의지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미국 CNN 방송은 30시간의 이번 휴전은 러시아가 트럼프 행정부에 자신들이 실제로 전쟁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매우 짧은 시간의 휴전이라면 (푸틴에겐) 잃을 것이 없고, 자신이 진정으로 평화를 원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번 휴전 과정을 러시아가 신뢰 못할 존재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부각시키는 데에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실제로 양국은 이번 휴전 성사 과정에서 상대국이 자국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음을 강조했고, 휴전 기간에도 상대의 대응에 따라 얼마든지 반격하겠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부활절 아침까지 러시아는 최전방에서 59차례의 포격을 퍼부었고, 다섯 차례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