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과 군산시가 초록빛 청보리밭을 배경으로 봄철 대표 축제를 잇달아 개최해 상춘객의 발길을 유혹한다. 두 축제는 전북의 농업유산과 자연경관을 문화관광 자원으로 승화시켜 관광객들에게 힐링과 추억, 그리고 지역 특산물의 가치를 전하는 등 지역 관광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폭싹 속았수다’ 촬영지서 즐기는 고창청보리밭축제
고창군은 제22회 고창청보리밭축제를 오는 19일 공음면 학원농장 일원에서 개막해 다음 달 11일까지 23일간 지속한다고 17일 밝혔다.

올해는 넷플릭스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배경지의 감성과 농촌 정취를 오롯이 담아 ‘드라마 같은 풍경, 영화 같은 하루’를 주제로 연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실제 촬영은 제주도뿐만 아니라 고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이뤄졌다.
특히 해녀의 딸인 애순이와 그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아낌없이 돕는 관식이 드넓게 펼쳐진 노란 유채꽃밭에서 처음 입맞춤을 하며 서로의 관심과 사랑을 확인하는 데, 이 촬영 장소는 제주도가 아닌 고창군 공음면에 위치한 ‘학원농원’이다.
유채꽃의 고향인 제주가 아닌 고창에서 멋진 장면이 연출된 데에는, 학원농장이 자랑하는 드넓은 들녘이 한몫했다. 학원농장은 1960년대부터 보리 단작 농법을 고수한 유서 깊은 농장으로, 드넓은 청보리밭과 유채꽃밭으로 유명하다. 이맘때면 100만㎡의 광활한 구릉에 싱그런 연둣빛 물결이 이는 청보리밭과 노랗게 물든 유채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곳은 이전부터 여러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한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쓸쓸하고 찬란한 신, 도깨비’를 비롯해 ‘백일의 낭군님’, ‘육룡이 나르샤’, ‘사임당, 빛의 일기’, ‘늑대소년’, ‘스물’, ‘만남의 광장’ 등이 대표적이다. 고창군은 매년 4월이면 이곳에서 경관농업축제인 고창청보리밭축제를 열어왔다.
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이 가장 먼저 놀라는 건 청보리와 유채꽃밭의 규모이지만,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건 ‘청정함’이다. 고창은 지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잘 간직하고 있다.
고창군은 올해도 이곳에서 축제의 잔치마당을 연다. 드라마·영화 속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을 비롯해 의상 체험 부스, 문화 공연 등을 마련해 ‘청보리밭에 빠진 K-콘텐츠’라는 색다른 콘셉트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축제 기간 동안 위생 점검을 강화하고, 음식 가격표시제를 도입해 ‘안전하고 바가지 없는 축제’ 실현에 나설 방침이다. 축제장 내 모든 식음료 부스는 고창사랑상품권 결제가 가능하고, 현장에선 10% 할인된 가격으로 상품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앞서 고창청보리밭축제는 최근 동아닷컴과 imbc, 한경닷컴이 주최한 ‘2025 대한민국 대표브랜드’에서 대상을 받으며, ‘고창 황토배기멜론’과 함께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농업과 콘텐츠,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공간에서 조용하지만 강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고창군 관계자는 “청보리밭축제는 농업 유산을 관광 자원으로 바꾼 대표 사례”라며 “청정 자연과 문화 콘텐츠를 더해 고창만의 농촌형 관광 모델로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릿고개의 기억’ 군산꽁당보리축제, 도농 소통의 장으로
군산시는 ‘제20회 군산꽁당보리축제’를 오는 24일 미성동 행정복지센터 일원 보리밭에서 개막해 27일까지 4일간 지속한다. 보릿고개를 기억하며 2005년 시작된 축제가 올해 20돌을 맞은 만큼 더욱 풍성하게 준비했다.

축제는 ‘꽁당보리 20주년, 두근두근 스무 살’을 주제로 볼거리, 먹거리 등 6개 마당에 50여 개 주민 참여형과 관광객 체험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난타·버스킹 공연과 시민 노래자랑, 농특산물 전시, 힐링 쉼터, 이 지역에서 나는 짬뽕라면과 수제맥주 등을 선보이는 장터 등을 운영한다. 또 전통놀이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놀이 체험마당과 추억의 사진을 남길 수 있는 보리밭 사잇길 포토존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군산시는 특히, 흰찰쌀보리의 가치와 농촌 문화 체험을 융합한 콘텐츠를 통해 가족 단위 관광객에게 색다른 추억을 선사할 계획이다.
보리는 쌀이 떨어진 봄철 허기진 배를 움켜쥐던 시기에 가장 든든한 먹거리였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 인기를 잃어가고 있던 2005년 꿋꿋이 전통 먹거리인 보리를 키우고 생산해 내던 농민들에게 위기가 다가왔다. 정부가 2012년부터 보리 수매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소식을 접한 군산시는 농가소득 불안정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전국 생산량의 50%에 육박하는 흰찰쌀보리를 알리고자 지리적표시 제49호로 등록하고, 판로 확대를 위해 미성지역 농민 중심의 축제를 시작한 것이 바로 ‘군산꽁당보리축제’이다.

이렇게 소규모 축제로 시작된 ‘꽁당보리 축제’는 강산이 두 번 바뀌면서 도시와 농가 소통의 장으로, 농업과 농촌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군산의 대표 농업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축제 위상만큼이나 흰찰쌀보리의 영양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대접도 달라졌다. 비타민 B1, B2, 니아신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고 가용성 식이섬유가 일반 쌀의 7배, 밀의 3.7배나 높은 함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변비와 비만 예방뿐만 아니라 피부 미용 등에 좋아 건강식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유덕호 군산꽁당보리축제 추진위원회 회장은 “방문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축제 때 진행한 전문가 조사 결과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며 “올해 축제는 방문객 동선을 고려한 행사장 배치와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 가족 단위 프로그램 개발 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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