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나주·아산 과수농가 큰 피해
올 수확량 예년 절반 이하 전망
지자체, 인공수분 등 대책 고심
춘사월에 대설특보가 발효되는가 하면 저온현상과 강한 바람까지 동반한 이상기후로 전국 과수농가의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으로 개화기에 접어든 배 과수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은 강설과 우박으로 꽃이 얼어붙거나 떨어져 올 수확량이 예년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전국지자체에 따르면 2023년 냉해와 지난해 역대급 폭염으로 큰 피해를 봤던 경북 상주지역 배 농가들은 올해도 이상기후의 직격탄을 맞았다. 상주지역은 지난달 28~30일 최저기온이 영하 5.2도까지 떨어졌다. 배꽃이 영하권 날씨에 노출되면서 331여개 농가 245㏊ 배 밭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꽃잎 갈변과 암술머리 고사 등이 발생해 수확기 배 과수의 수확량 저조와 상품성 저하가 우려된다. 상주에서 16년째 배를 재배해 왔다는 김모(60대)씨는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은 몽우리 속도 열어보면 대부분이 갈변된 상태”라면서 “착과는 가능하더라도 상품성이 높은 대과 생산 비중은 낮아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전남의 배 주산지 나주지역 피해는 심각하다. 나주시에 따르면 최근 저온피해 발생 농가를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결과 금천·문평·다시면 등은 평균 50∼60%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특성상 구릉지에 있거나 서편(향)을 바라보는 과수원의 경우는 피해가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꽃이 피는 개화시기에 최저기온이 0도에서 영하 4도까지 떨어지면서 꽃눈에 씨방이 얼어 인공수분을 하더라도 열매가 맺지 못할 것이라고 나주시는 설명했다.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올 생산량을 판단하기는 어려움이 있으나 피해지역의 경우 저품위과의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꽃가루채취, 인공수분 실시 등 결실 안정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2∼13일 이틀간 이어진 강설과 강풍, 이상저온으로 충남 아산지역 배 농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 기상 악화는 지난해보다 더 민감한 시기에 발생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인공수분에 필요한 꽃가루 채취와 수분 작업도 저온과 강풍으로 지연되고 있어 착과율 저하와 수확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아산시 관계자는 “4월 중순에 눈까지 내리는 기상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며, 배 농가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최대한 많은 횟수의 반복적인 인공수분 작업으로 착과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일부 지자체는 인공수분 실시 등 결실 안정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말 재배면적의 70% 이상 냉해를 입은 경남도는 평년보다 2∼3회 더 인공수분을 실시하고, 적과를 평소보다 늦게 할 경우 착과량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농가에 조언하고 있다. 또 과수재해보험을 통해 보험금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이상저온으로 인한 배꽃 냉해가 농업재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정곤 도 농정국장은 “농업재해보험 보상 확대와 더불어 재해 예방 지원책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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