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당일 ‘갑호비상’ 긴장 고조 속
양측집회 비교적 혼란없이 마무리
일부 尹지지자 경찰버스 부숴 ‘구속’
40대 남성은 자해 소동 벌이기도
이튿날 을호비상→경계강화 하향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전후로 경찰의 경계수위가 최고 수준인 ‘갑호비상’으로 상향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지만 탄핵 선고 후 우려했던 큰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찰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교훈 삼아 헌법재판소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드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데다 탄핵 찬반 단체의 집회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된 영향이란 평가다.
경찰청은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튿날인 5일 오후 6시40분을 기점으로 서울지역 경찰의 비상근무체제를 ‘을호비상’에서 ‘경계강화’로 하향했다. 선고 당일 0시부터 발령한 ‘갑호비상’을 같은 날 오후 6시 을호비상으로 하향한 데 이어, 약 24시간 만에 경계강화로 낮춘 것이다. 본청을 비롯한 다른 지역의 시도경찰청에서는 비상근무 체제가 해제됐지만, 서울경찰청은 상황 등을 고려해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이뤄진 2017년 3월10일에는 헌재 인근에서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며 4명이 숨지고 63명이 다쳤다. 특히 탄핵 반대 측이 헌재를 향해 운집하며 일대는 아수라장이 됐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1월19일 서부지법에서 난동 사태가 벌어졌는데,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에도 이 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 선고 당일에는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지긴 했으나 혼란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20대 남성 이모씨는 헌재의 파면 결정 직후 격분해 서울지하철 3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세워진 경찰버스 유리창을 곤봉으로 부수다 경찰에 체포됐다. 법원은 6일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남성 이모(43)씨는 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흉기로 자해해 경찰이 인근 파출소로 임의동행 조치했다. 부상 정도는 찰과상 정도로, 경찰은 흉기를 압수한 뒤 보호자와 함께 이씨를 귀가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선고 직후인 주말에도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은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었지만, 혼란 없이 마무리됐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5일 오후 4시부터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부터 적선교차로까지 일대에서 ‘승리의날 범시민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참가 인원을 7500명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은 채 밝은 표정으로 “우리가 이겼다”, “민주주의가 이겼다” 등 구호를 외쳤다.
집회 분위기는 축제를 방불케 했다. 비상행동 관계자들은 고깔모자를 쓰고 질서 유지에 나섰고, ‘파면 축하 백설기’ 등 먹거리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은 주말 동안 광화문광장 인근 동화면세점부터 대한문까지 일대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 불복을 주장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헌재의 결정에 맞서 ‘국민저항권’에 근거한 ‘시민불복종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5일과 6일 집회 경찰 비공식 추산 인원은 각각 1만8000명, 600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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