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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향 가득 쫄깃한 제철 주꾸미… 봄철 입맛 깨우다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 김동기 셰프의 한그릇

입력 : 2025-03-15 11:00:00 수정 : 2025-03-12 16: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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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릉 대가왕쭈꾸미

온 가족 즐길 수 있는 세트메뉴 갖춰
세발나물 잔뜩 오른 주꾸미 접시 감탄
야채와 비벼 먹고 쌈으로 먹어도 좋아
소불고기는 깊고 풍부한 감칠맛 선사
고르곤졸라 피자, 고소한 치즈맛 일품
봄이 성큼 다가왔다. 새벽녘 매서운 칼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던 게 바로 어제 같은데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따뜻해진다. 봄이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다. 봄의 제철 재료들은 미식가들이 겨울이 지나길 바라는 이유 중에 하나인데, 그중 봄 주꾸미는 맛도 영양도 아주 그만이기에 항상 순위에 뽑힌다.

 

대가왕쭈꾸미 한쌈

◆서오릉 가는 길

아들의 봄방학을 맞이해 가족 나들이를 나섰다. 매콤한 주꾸미를 먹고 싶은 아내와 피자를 먹고 싶은 아들의 마음을 한번에 잡을 수 있는 곳, 집에서는 조금 멀지만 식사 후에 조용히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대가왕쭈꾸미로 향했다. 서울과 인접한 고양시의 끝 서오릉에 있는 대가왕쭈꾸미는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이다. 주꾸미 요리뿐만 아니라 함께 먹을 수 있는 피자처럼 어른들도 아이들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준비돼 있다.

식당은 작은 동산을 낀 넓은 주차장을 지녔다. 추운 겨울을 넘긴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에 주차장을 한 바퀴 걸어본다. 식당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실내 가든엔 이미 식사를 마친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고 있다. 예전 한여름에 방문한 이곳엔 한련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기억이 난다. 대가왕쭈꾸미에는 나이 지긋한 부모님을 모시고 온 가족 손님이 많다. 어른들의 입맛을 잡을 수 있는 이유는 주꾸미, 소불고기, 디양한 피자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두터운 메뉴층과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은 맛 때문인 건 확실하다. 평일 조금 늦은 점심시간, 입구에서 식사를 마치고 밀려 나오는 손님들을 보며 아직 이곳은 그대로이겠구나 하는 설렘이 앞섰다.

 

◆대가왕쭈꾸미

가게는 참 깨끗하고 정갈하다. 친절한 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안쪽에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가족 단위로 주문하기 좋은 세트 메뉴들이 준비돼 있다. 매콤한 주꾸미와 불고기, 그리고 고르곤졸라 피자가 함께 있는 메뉴를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았다. 늘 그렇듯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은 길면서도 즐겁다. 사실 대가왕쭈꾸미는 대한민국조리명장이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다양한 상장, 표창장이 내걸려 조리명장이 살아온 기록과 삶을 엿볼 수 있다.

주문을 하면, 주는 향긋한 허브차를 한 잔 마시고 있자면 곧 뜨끈한 잔치국수가 나온다. 애피타이저 개념의 잔치국수는 그 맛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한입 후루룩 먹는 맛은 추억이 스며드는 맛이다. 예전 부모님과 함께 시골길을 운전해 갈 때면 길목에 종종 이런 잔치국수나 김밥, 옥수수 같은 걸 파는 작은 가게들이 있었다. 개운한 멸치육수에 국물도, 국수도, 고명도 가득했던 그 잔치국수처럼 대가왕쭈꾸미의 잔치국수는 아주머니들 손맛이 가득한 맛이다.

곧 주꾸미와 불고기가 나왔다. 세발나물이 가득 오른 주꾸미 접시 비주얼에 감탄이 터진다. 함께 콩나물 무침과 무생채가 나오는데 소쿠리 가득한 야채와 주꾸미를 함께 대접에 넣고 비벼먹어도 되고, 또 쌈장을 올려 깻잎과 상추에 싸먹어도 된다. 이렇게 손님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준 것이 참 재미있다.

주꾸미는 불향과 매콤한 맛이 준수하다. 쫄깃한 첫 식감 후에 부드럽게 씹어 삼켜지는 그 재미있는 맛에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곁들여준 세발나물은 주꾸미 양념 그대로 버무려 먹으면 된다. 세발나물 특유의 은은한 바다향이 매콤한 주꾸미와 어우러져 고급스러운 맛을 낸다.

 

대가왕쭈꾸미 치즈피자

석쇠에 구운 듯한 소불고기는 숙성 간장과 육즙이 어우러져 깊고 풍부한 감칠맛을 선사한다. 주꾸미를 반 정도 먹을 때쯤 피자가 나왔다. 아이들도 먹기 좋은 크기의 피자는 쫄깃한 도우와 담백하고 고소한 치즈맛이 일품이다. 주변 테이블을 둘러보니 주꾸미로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며 디저트 개념으로 이 피자를 먹고 있는 테이블이 많다. 고르곤졸라 치즈 피자에 꿀을 찍어 먹으니 매콤했던 주꾸미 맛이 깔끔하게 가시며 부른 배를 더 꽉꽉 채운다. 대가왕쭈꾸미의 음식들은 하나도 놓칠 게 없다. 따뜻한 차로 시작한 식사는 샐러드와 국수를 지나 주꾸미와 불고기, 그리고 비빔밥을 거쳐 피자로 끝이 난다. 이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주꾸미 정찬 코스가 아닐까 싶다.

◆주꾸미 요리

주꾸미는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즐긴 해산물 중 하나로,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잡힌다. 조선시대의 여러 기록에서 문어나 낙지와 함께 주꾸미가 소비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조선시대 대표 요리책인 산가요록과 규합총서에는 문어와 낙지 조리법이 나오는데 주꾸미도 비슷한 방식으로 요리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1960년 이후 매콤한 소스를 이용한 요리들이 개발되며 지금의 주꾸미 볶음 같은 요리들이 자리 잡았고, 1980년 삼겹살을 불판에 구워먹는 문화가 발전하며 주꾸미도 구워 먹는 방식이 인기를 끌었다.

 

■주꾸미 문어 파스타 만들기

<재료>

주꾸미 100g, 문어 다리 1개 ,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50g, 편마늘 3개, 다진 마늘 10g, 면수 200ml,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15ml, 페페론치노 약간, 후추 1g, 소금 약간, 그라나파다노 치즈 5g, 포마스 올리브 오일 10ml.

<만드는법>

① 주꾸미는 다리와 머리를 분리하고 한입 크기로 손질해 준다. ② 포마스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편마늘과 주꾸미를 볶아준다. ③ 마늘이 향이 나면 문어 다리를 넣어 향을 내주고 다진 마늘을 추가해 준다. ④ 면수를 넣고 끓기 시작하면 문어 다리는 따로 빼 준비하고 스파게티면을 넣어준다. ⑤ 소스에 면을 버무려 준 뒤 소금과 후추, 페페론치노를 넣고 치즈와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뿌려 마무리해 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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