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군산시에 있는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영내외에서 민간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법정에 선 주한미군 장병이 항소심에서도 일부 유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제1형사부(재판장 양진수 부장판사)는 19일 준강간과 강간 혐의로 기소된 미군 장병 A(32)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대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2년 7월 한국인 20대 여성을 시내 숙박업소와 부대 내 숙소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숙박업소에서 행한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 여성이 과음으로 항거불능 상태였던 점을 고려해 ‘준강간죄’을, 이후 영내 숙소에서 벌어진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강간죄’을 각각 적용해 법정에 세웠다. 준강간과 강간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범행한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준강간은 피해자가 음주, 수면 등으로 심신을 상실하거나 항거불능 상태에 있을 때 성립한다.
1심 재판부는 두 사건 혐의 내용을 분리해 각각의 유무죄를 판단했다. 그 결과 강간 혐의는 무죄, 준강간 혐의는 유죄로 결론 내렸다.
먼저 준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당시 피해자의 음주 정도가 자신의 주량을 넘어선 상태였고, 숙박업소에 들어가 잠이 들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피고인의 성폭행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준강간 부분에 대한 진술이 일관되는 데다 자신이 불리한 점도 가감 없이 이야기하고 있고,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이유도 찾지 못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영내에서 이뤄진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앞서 준강간 피해를 봤는데도 이후 피고인과 술집, 숙소 등에서 키스한 사실이 있고, 영내 숙소에서 함께 잠을 자려고 했다”며 “특히 피해 묘사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고, 피고인의 뚜렷한 유형력을 설명하지 못하는 점 등을 종합할 때 둘 사이의 성관계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준강간 혐의에 대해 “피고인은 합의하고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하나, 피해자의 진술 태도나 행동, 감정 표현 등에 비춰볼 때 피해 사실을 허위로 꾸며냈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 피해자가 먼저 성적인 접촉을 했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그 경위에 비춰 합리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는 범행으로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 등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다만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은 영내에 있던 피해 여성이 부대 정문을 뛰쳐나오며 “성폭행당했다”고 신고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A씨는 1심과 항소심에서 줄곧 ‘합의한 성관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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