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시간’ 책임질 경제전권대사 시급”…與野·政派 초월
5박7일 다보스포럼 일정 마무리…트럼프 측근·언론인 접촉
“‘경제지도자회의’에선 세계 경제 전망 낙관…한국만 위기”
“민주당 수권 정당 역량에 의문…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대권 질문에 “최선 다해 제 역할…개인 욕심 들어갈 때 아냐”
대선주자 적합도 광역단체장 1위…2위 홍준표, 3위 오세훈
“대한민국 ‘대행의 대행 정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얼굴이 없다고 하더군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5박7일간의 해외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미국 워싱턴 정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계엄·탄핵사태를 바라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우려를 전달했다.

김 지사는 24일 인천공항에서 가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다보스를 방문한 인사가 워싱턴 고위 소식통으로부터 얻은 정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이른 시일 안에 (정파를 초월해) 여야 합의로 대한민국을 대표할 경제전권대사를 임명한 뒤 (트럼프 행정부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를 만나든 시진핑을 만나든 대한민국이 가져야 할 핵심 철학과 가치는 변하면 안 된다. 지금 한국의 정치나 외교, 경제에는 그런 게 없다. 윤석열정부에선 이 가치가 이념화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무’를 정책에, 나무를 지탱하는 ‘토양’을 가치와 철학에 비유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외교적 결례’라며 이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다만 ‘워싱턴에서 온 관계자’라고 언급했다. 당시 동석했던 도 직원 등에 따르면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이 겪는 혼란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가 다소 거친 표현을 섞어가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 폴리티코 편집장 등 언론인 접촉…“대한민국 가치 변하면 안 돼”
김 지사는 이번 포럼 기간 게리 콘 트럼프 1기 행정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현 IBM 부회장), 사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현 아칸소 주지사), 얀 르 빨레 S&P 글로벌 신용평가사 사장 등 정·재계 인사 외에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의 편집장 등 워싱턴 정가와 밀접한 언론인들과 잇따라 접촉한 바 있다.
외교가 등에 따르면 국내 정치의 혼란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한국 정부에 높은 진입 장벽을 친 상태다. 소통 채널 구축이 녹록지 않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데, 제일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게 외교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사이 미·북 정상회담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관세 정책의 다음 표적이 한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 지사는 이처럼 급격히 떨어진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되살리고 경제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해 ‘경제전권대사’ 임명을 정치권에 거듭 촉구했다. “이번 만큼은 여야를 떠나 함께 대처하면 국가도 그렇고 야당에도 좋을 것 같다”며 “정부뿐만 아니라 야당도 신뢰도를 높이는 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13일 출입기자 신년 간담회에서 처음 공개한 전권대사는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각자도생을 택한 사실상의 ‘경제 무정부 사태’에서 출구전략으로 제안됐다. 여야 협의를 거쳐 통상·투자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 최고위층을 상대할 한국의 권위 있는 경제 카운터 파트를 미국으로 보내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서 임명됐던 김기환 대외경제협력 특별대사가 벤치마킹 모델이다.
한국은행의 외화 보유액이 급감했던 1997년 12월 임창열 당시 경제부총리는 김 특별대사를 미국으로 급파했다. 기존 IMF와의 협약서에 더 과감한 구조조정안을 담은 ‘IMF 플러스’가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장관에게 제시됐고 미국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이행 여부를 확약받았다. 이후 미국은 한국에 대한 지원을 다른 선진국들에 요청했고, 환율은 12월 말을 기점으로 2000원 턱밑에서 하락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IMF가 한국에 대한 100억 달러 조기지원안을 발표하며 비로소 최종 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지사는 이처럼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제거와 경제 되살리기를 위해 △슈퍼 추경 △트럼프 2.0 대비 △기업 회생 등 ‘대한민국 비상경영’을 강조해 왔다.

◆ “민주당 일원으로서 국민께 사과…여론조사검증委 아닌 민심바로알기委 필요”
김 지사는 이번 다보스포럼 기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과 언론인을 상대로 대한민국의 신뢰도와 회복 탄력성을 강조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들과 접촉하며 외교 인맥을 과시했고, S&P 글로벌 신용평가사 대표를 만나 국가신용등급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같은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동행기자들에게 명함마다 자필로 쓴 ‘Trust in korea’라는 문구를 공개했다. 정치경제 지도자들에게 한국의 저력과 회복 탄력성을 강조하며 “한국을 믿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그러면서 포럼 마지막 날 비공개 모임인 ‘세계경제지도자회의(IGWEL)’에 참석해 겪은 경험담을 털어놨다. “50여명의 중앙은행 총재, 경제부총리 등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대부분 낙관했는데, 왜 대한민국만 어렵고 불확실한지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김 지사는 최근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떨어진 것과 관련해선 “대한민국 경제도 걱정이지만 민주당이 과연 수권 정당으로서 역량을 가졌는지 스스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지금 신뢰의 위기로 민심이 떠나고 있다”며 “민주당에서 여론조사검증위원회를 만들 게 아니라 민심바로알기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일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지금은 경제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법 계엄을 한 대통령을 배출한 당이 정권을 다시 잡는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민주당이 앞으로 유능함을 보여준다면 집권 정당이 될 수 있다. 제대로 된 정권 교체를 이루려면 수권 정당으로서 그런 역량과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권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우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고 저 역시 최선을 다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정치적 이해나 욕심이 들어갈 때가 아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해야 할 시급한 일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KPI뉴스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여야 4명의 광역단체장을 대상으로 이달 19~20일 실시한 대선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선 민주당 소속인 김 지사가 23.2%로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이 18.9%, 같은 당 오세훈 서울시장이 16.2%를 기록했다. 민주당 소속 김영록 전남지사는 1.4%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전국 성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4.7%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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