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끝내 2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거부하면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예고에도 불구하고 한 권한대행은 여야 협상을 강조하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했다. 자신이 탄핵될 경우 경제사령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돼 경제정책이 ‘올스톱’될 수 있음에도, 한 권한대행은 경제 안정보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정치적 혼란을 키웠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0원선을 넘어서는 등 12·3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은 한덕수 탄핵안을 즉시 발의하고 27일 표결하기로 했다. 이번 탄핵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한 권한대행의 직무는 정지된다. 현재 야권이 192석인데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안 가결 기준을 ‘151석 이상’으로 보고 있어 탄핵안은 본회의 문턱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최상목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이어받게 된다. 경제사령탑인 최 부총리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세종시 관가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이번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당국자는 “특검법은 일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어 고심할 것이라고 봤지만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마저 임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 역시 “한 권한대행이 임명을 거부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최 부총리에게 과도한 짐이 전가되는 것이 뻔한데 너무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회가 선출하는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소극적인 권한행사인 데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정의 정당성 측면에서도 6명보다는 9명이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은 임명하고, 특검법은 거부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전날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 권한대행은 이날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며 야당 주장을 거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는 길을 선택했다.

만일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이 통과돼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을 경우 국방·외교·안보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경제정책에 대한 추진 동력은 약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되면 경제정책은 올스톱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날 경제지표는 정치적 혼란에 따른 우려가 반영되며 요동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5원마저 돌파했다가 1464.8원으로 마쳤다. 주간 거래종가가 146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13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피 지수도 전장(24일)보다 10.85포인트(0.44%) 내린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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