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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미칼럼] ‘판도라 상자’ 닫는 건 대통령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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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1-12 00:56:08 수정 : 2024-11-12 00:5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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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하차 없다” 대통령 회견에도
巨野·민노총 장외 집회로 여론전
김건희 특검 여론 무겁게 느끼고
용산·내각 강도 높은 인적 쇄신해야

연단 위의 사람들만 달랐을 뿐 연단 아래 인파는 구분되지 않았다. 9일 민노총 등이 주도한 도심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 깃발을 든 사람들도 앉아 정권퇴진, 탄핵 구호를 함께 외쳤다. ‘촛불행동’ 지도부는 민주당 주최 집회 시간을 예고하며 참여를 종용했다. 민주당 집회에서 이재명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는 탄핵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그들(권력자)을 무릎 꿇게 만들어보자”(이재명) “김건희 왕국 끝장내자”(박찬대)고 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조국혁신당, 진보당 인사들의 ‘탄핵 추진’ 발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대표의 총동원령에도 지난 2일 집회보다 참석 인원은 줄었다고 한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시위대보다 경찰이 더 많다”고 할 정도로 공권력이 집회 현장을 겹겹이 둘러쌌다. 민주당은 오는 주말에도 집회를 연다. ‘촛불행동’은 16일 100만 집회를 예고했지만 민주당 집회를 합쳐도 그 숫자를 채우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여권이 강 건너 불구경할 때는 아니다. 주말마다 도심 도로가 시위대로 덮이고 곳곳에서 입씨름이 벌어지고 외국인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거리에는 ‘친일매국 윤석열 퇴진’ ‘민중권력 쟁취해 3차대전 저지’ 같은 친북 성향 유인물이 무더기로 뿌려졌다.

황정미 편집인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140분간 회견은 “중도하차는 없다”는 선언이었다. “2027년 5월9일 저의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모든 힘을 쏟아 일하겠다”는 대목이 특히 그렇다. 선거 브로커 명태균과의 인연에는 “부적절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못 박고, 부인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에 관한 특검은 ‘정치 선동’으로 일축했다.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라며 대국민사과는 두루뭉술했지만 직권남용 같은 법률 위반 의혹에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당, 민노총 등이 주도하는 임기 단축 여론전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석연치 않은 명태균 의혹 해명에도 당장 대통령 탄핵 시비로 확산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민주당이 탄핵을 거론하지 않는 것도 ‘법적 요건’의 허들을 의식한 탓이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다르다. 특검 스타였던 윤 대통령이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특검 반대론자로 돌변한 처지가 옹색하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이 비상식적 수준인 건 맞다. 수사 대상이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주가조작사건, 명품백 등 물품수수 및 인사청탁 의혹 사건, 대통령 집무실 관저 이전 및 국가계약 개입 의혹 사건, 인사 개입·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 무려 13가지에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사건까지 포함된다. 뒤늦게 대상을 줄인다지만 특검 정국으로 윤 정권을 마비시키겠다는 정파적 의도가 다분하다.

그런데도 70%에 육박하는 특검 찬성 여론은 10%대 후반에 머무는 대통령 지지율과 동전의 양면이다. 대통령이 회견서 전한 한남동 관저 분위기는 ‘의도적인 악마화’ ‘침소봉대한 가짜뉴스’로 억울하다는 것이다. 불신을 키운 건 명품백, 명태균 녹취 등 김 여사 스스로 던진 불쏘시개다. 선거 당시 김 여사가 자신의 휴대폰 문자에 답신을 했다거나 “사과 좀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는 대통령 말은 안 하느니만 못했다.

여권 입장에서 김 여사 특검은 판도라의 상자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안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그 상자 뚜껑을 막으려면 밀어 올리는 압력을 빼는 수밖에 없다. 김 여사 공개 활동을 중단하고 그림자를 지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특별감찰관 임명이든 대통령실·내각 개편이든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압력은 부풀어 오를 것이다. 상대 진영이 “이 정도일 줄 몰랐네” 놀랄 정도는 돼야 광장, 길거리 민심이 움직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사태 당시 광화문을 가득 메운 촛불을 보면서 수없이 자신을 돌이켜봤다고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촛불 시위를 보고 ‘지금은 탄핵에서 날 구하겠지만 그다음에 내게 무엇을 요구할까’ 두려웠다고 했다. 민심을 무겁게 느낄 때 지도자는 겸손해졌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에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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