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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상공 파고든 무인기… ‘누가, 왜, 어떻게?’ 의문투성이

입력 : 2024-10-13 19:48:00 수정 : 2024-10-13 2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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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남측서 대북전단 살포 주장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 끓어”
관영매체 동원 막말 비난 공세

군 처음엔 “그런 적 없다” 발표
나중엔 “사실 확인해 줄 수 없어”
북한 혼선 부추기는 심리전 관측

레저 아닌 전문가용 성능 추정
민간단체 단독 운용엔 부담 커

북한은 주말 내내 한국이 평양 핵심에 무인기를 보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는 주장을 선전하며 대남 적개심 고취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명의로 평양에 무인기가 침투했다고 주장한 이후 13일 노동신문 1면에 ‘온 나라가 통째로 분노의 활화산으로 화했다’는 기사를 내고 “수천만 우리 인민이 참을 수 없는 분노와 무자비한 보복 열기로 피 끓이며 노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주민들의 이름을 빌려 수위 높은 막말과 호전적인 발언을 여과 없이 지면에 실었다. “망나니들은 씨종자도 남김없이 쓸어버려야 한다”, “하루빨리 적들의 아성을 불바다로 만들고 싶다” 등의 표현이 쏟아졌다.

 

수도가 뚫렸다는 것을 밝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여론몰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무인기 침범이 국제사회 우려사항임을 적시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이슈화 또는 재발 방지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 달라는 간접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며 “우리 군과 국민의 편 가르기를 하면서 한편으론 불안감 확산,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이 나서서 그만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줬으면 하는 점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北이 공개한 ‘南 무인기 증거’ 북한은 지난 11일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나타나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평양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기에서 전단을 담은 통이 낙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한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관영 매체와 주민까지 동원해 비난 공세에 나서고 있지만, 명확한 근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잔해 등을 확보했다면 무인기를 띄운 주체를 명확히 지목할 수 있다. 그런데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나타났을 때 평양 중심지에서 쓸 수 있는 무기가 제한되어 요격을 못했거나 무인기가 평양을 빠져나간 이후에야 확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느 쪽이든 북한 방공망에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11일 북한 주장이 나온 직후 처음에는 “그런 적 없다”고 밝혔다가 1시간쯤 지나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의 공식 입장 변화가 매우 신속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무인기를 평양에 보낸 주체를 북한이 특정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북한의 대응과 행동에 혼선을 부추기는 심리전을 벌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이 정도 사건을 두고 입장 번복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군보다) 더 상위 단계에서 더 많은 정보를 지닌 조직이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무인기를 띄운 주체와 방식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서울과 평양을 왕복하려면 약 400㎞를 비행해야 한다. 2∼4시간을 날아야 하는 셈이다. 대북 전단을 운반해야 하므로 일정 수준의 물건을 수송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 위치정보시스템(GPS) 정보를 미리 입력하고, 사전에 설정한 경로대로 전단을 싣고 비행하다가 평양에서 전단을 살포한 뒤 복귀하는 기능을 지닌 무인기라는 의미다. 일각에서 군 무인기가 투입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이유다. 실제로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의 형태는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저용 프로펠러형이 아닌 민·군 겸용으로 쓸 수 있는 고정형 날개를 지닌 기체다. 하지만 무인기를 휴전선 너머 북쪽으로 보내는 것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군 수뇌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많다. 북한의 첫 발표 직후 김 장관이 “그런 적 없다”고 밝힌 것으로 볼 때 군의 무인기가 평양에 투입됐을 개연성은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북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북 단체 사이에선 무인기로 전단을 살포하겠다는 이야기가 지난해부터 나왔지만, 공개적인 활동은 아직까지 없었다. 평양 중심부에 전단을 뿌리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하지만 전단을 싣고 평양까지 왕복할 수 있는 민간용 고성능 무인기는 대당 가격이 최소 수백만∼수천만원이 넘는 고가의 장비다. 대북 민간단체가 단독으로 운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다만 외부의 지원을 받는다면 무인기를 구입해서 전단 살포가 가능하도록 3D 프린팅 등을 활용해 개조한 뒤 평양 상공에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전단의 디자인과 내용이 기존 전단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새로운 단체가 움직였을 가능성도 있다.

北이 공개한 ‘南 무인기 증거’ 북한은 지난 11일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가 나타나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평양 상공을 비행하는 무인기에서 전단을 담은 통이 낙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증거로 제시하며, 한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은 무인기에서 떨어진 대북 전단 묶음도 함께 공개했다.노동신문·뉴스1

북한 주장대로 남쪽에서 무인기가 평양으로 날아갔다면, 비행 과정에서 한국군에 포착됐을 가능성이 있다. 포착하지 못했다면 우리 군 방공망이 무인기를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고, 탐지를 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대응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이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박수찬·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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