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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 1960년대 중반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극 ‘무법자’ 시리즈로 ‘스파게티 웨스턴’을 개척했던 인물이다. 그가 미국으로 건너가 만든 영화 중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가 있다. 1920∼30년대 미국의 대공황과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뉴욕 빈민가 출신 갱스터들의 욕망과 비극적 서사를 엔니오 모리코네의 서정적인 음악에 담아 그려냈다.

이 영화의 메인 포스터에 유명한 다리가 등장한다.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맨해튼 브리지다. 교통수단이 페리밖에 없던 19세기 말 맨해튼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다리가 브루클린 브리지(1883년)이고, 이후 넘쳐나는 교통량을 감당하기 위해 만든 다리가 맨해튼 브리지(1909년)다. 두 다리가 비슷하게 생겼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뉴욕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미국토목학회는 맨해튼 브리지를 미국 토목 공학의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했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과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을 연결하는 33번째 한강 다리가 올해 말 준공 예정이다. 강동구와 구리시는 이 다리 이름을 놓고 2020년부터 분쟁을 벌였다. 강동구는 공사 초기 다리를 고덕대교로 칭했다며 고덕대교를 고집했고, 구리시는 다리의 87%가 행정구역상 구리시에 포함된다며 구리대교나 토평대교로 짓기를 주장해 왔다. 결국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이 개입해 지난 2일 국가지명위원회를 열고선 33번째 한강 다리 명칭을 ‘고덕토평대교’로 정했다.

통상 콘크리트 사장교(斜張橋·교각 위 주탑에 연결된 케이블로 다리를 지지하는 형식의 교량)는 무거워 경간(徑間·교각과 교각 사이)이 긴 다리에 적용하기 어렵다. 하지만 고덕토평대교는 이런 구조적 한계를 극복했다. 전체 다리 길이(1.73㎞) 가운데 주탑과 주탑 사이 540m 콘크리트 다리의 무게를 주탑에서 연결된 케이블로 지탱한다. 전 세계에서 최초다. 또 세종∼포천 고속도로 구간의 일부이기도 하다. 왕래하는 국민에게 다리 이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관심은 교통난 해소와 지리적 격차 해소에 있다. 문화가 더해져 랜드마크가 된다면 금상첨화다. 교량 명칭을 둘러싼 지자체 신경전이 아쉬울 따름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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