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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인사청문회 파행 자초한 경기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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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08 00:12:53 수정 : 2024-10-08 01: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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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를 뭐라 하는지 아니?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약 2년 전 종영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는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가상도시인 경기 산포시에 사는 여주인공이 변두리에 사는 자신의 처지를 낙담하며 내뱉은 이 대사는 지금까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이런 경기도가 서울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인사청문회다.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의회는 다른 시·도의회들이 부러워하는 강력한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후보자의 결격 사유를 따져보고 증인·참고인으로부터 진술을 청취하는 권한을 조례에 따라 보장받는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도 집행부 수장은 의원들의 반대에도 산하 주요 간부 및 기관장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가 집행부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여론을 환기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도의회의 이번 인사청문회 무산은 아쉬울 따름이다. 2014년 이 제도가 도입된 뒤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도는 조례에 따라 지난달 19일까지 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도의회에 요청했다. 이후 조례에 따라 열흘간 기한을 연장했지만, 여야가 대립하며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까지 일정을 잡지 못했다. 김동연 지사는 금주 안에 내정자들에 대한 임명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무산된 청문회의 대상은 이필수 경기의료원장 내정자와 김민철 경기시장상권진흥원장 내정자였다. 도민 건강과 중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장들이다. 이들은 임명 전부터 여러 논란에 휩싸였고 조속히 도의회 청문 일정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높았다.

 

대한의사협회장 출신인 이 내정자는 야당과 노조의 거센 반발을 샀다. 도와 연고가 없고 공공의료기관 경력이 부재해 도의회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도내 의료계로부터 자질을 살펴봐야 한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국회의원 출신인 김 내정자 역시 오랜 수장 공백을 겪어온 경상원을 정상화하는 해법을 제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들었다. 야당은 “전문성이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번 청문회 파행은 겉으로는 경기 고양시 K컬처밸리 협약 해제에 따른 행정사무조사 안건 처리를 두고 벌어졌다. 그러나 속내는 더 복잡하다. 오랜 갈등 끝에 여야가 행정사무조사에 합의한 뒤에는 다시 우선순위가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밀렸다. 이후 일주일가량 시간적 여유가 생겼으나 의원들은 국내외 연수 일정을 잡기에 바빴다. 도의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단체로 지방 워크숍을 떠났고, 지난달 말에는 일부 여야 의원들이 지방의원 친선 모임 참여를 이유로 호주 등으로 출국했다.

 

양당은 청문회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약속을 파기하고 내분을 수습하지 못한 야당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 역시 “관할 보건복지위와 경제노동위 위원장이 당장에라도 청문회를 열면 참여하겠다”며 “(김 지사도) 청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인사를 임명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앞으로 도의회 도정질의는 더 관심 있게 지켜보려 한다. ‘탈(脫) 계란 흰자위’가 언제쯤 가능할지 혹시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서다.


오상도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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