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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뒤 임금 그대로지만 직책은 바뀌어…법 위반 아닌가요? [슬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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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9-28 19:19:09 수정 : 2024-09-30 16: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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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같아도 업무 성격 및 내용 따져봐야
육아휴직 관련 진정 신고 지난해만 307건
#반년간의 육아휴직을 마치고 이달 회사로 돌아온 A씨는 복귀 2주 뒤 매장관리 매니저로 인사발령이 났다. 입사 뒤부터 육아휴직 전까지 홍보팀에서만 있었고, 육아휴직 전에도 홍보팀 과장 직책이었기에 당황스러움이 컸다. 매장관리 매니저는 과장 1∼2년 차가 주로 발령 나는 자리여서 사실상 직급이 내려간 것으로 느껴졌다. 다만 연봉에는 변동이 없었다. A씨는 회사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될지 망설여졌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육아휴직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업주가 법을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28일 노동계에 따르면 육아휴직 뒤 불리한 처우를 따질 때 ‘감봉’, ‘승진 대상 배제’ 등은 비교적 명확하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A씨처럼 임금은 그대로인 채 직책만 바뀔 경우 근로자는 문제 제기하기에 모호하다고 느끼기 쉽다. 

 

대법원 판례는 직책이나 직위의 성격과 내용 등에서 사회 통념상 차이가 있다면 불리한 처우에 속하고 이에 따라 법 위반이라고 봤다. A씨처럼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다른 직무’로 복귀시키는 경우에도 복귀하는 근로자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이 있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다.

 

2022년 대법원은 A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근로자와 기업 간 분쟁에서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종합유통 대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 B씨는 육아휴직 뒤 직책이 바뀌어 불이익을 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당시 회사는 대체근무자가 이미 B씨 직책에 근무하고 있다며 B씨를 매니저가 아닌 식품 파트 영업 담당으로 발령을 냈다. 중노위는 B씨가 직책이 강등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업무 내용과 권한이 달라 사실상 강등된 것으로 본다며 B씨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부당전직 구제 재심 판정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중노위의 판결이 임금 수준만 비교하는 등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 판례에 관련해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부의 육아휴직 관련 업무편람에서는 같은 임금 수준의 직무라 하더라도 불리한 처우가 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임금 수준만 같으면 된다는 해석이 통용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 판결을 계기로 육아휴직자에 대한 인사 명령의 정당성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는 인식이 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육아휴직 관련 진정 신고는 매년 늘고 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받은 ‘육아휴직 관련 진정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진정 신고 수는 △2019년 139건 △2020년 174건 △2021년 164건 △2022년 210건 △2023년 307건 △2024년(1~6월) 158건을 기록했다.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거나 시정됐음을 확인한 뒤 내사 종결한 비중은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24건(17.27%) △2020년 24건(13.79%) △2021년 25건(15.24%) △2022년 28건(13.33%) △2023년 35건(11.40%) △2024년(1~6월) 18건(11.39%)으로 나타났다. 기소 비율은 더 낮아 △2021년 2건(1.22%) △2022년 4건(1.90%) △2023년 6건(1.95%)에 불과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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