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헌재 심판’ 받아보는 쪽으로 선회
방심위, 민간독립기구… 민주, 견제 불가능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임명과 공영방송 이사진 결정,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대통령실의 헌재행까지, 대한민국 방송통신위원회와 독립기관인 방송통신심위원회를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명분을 들고 시작된 정부 여당의 공격에 민주당은 2인 체제의 위법성을 내세우며 탄핵이라는 방어를 두고 있다. 특히 민주당의 예상과 달리 대통령실이 민주당의 탄핵안에 맞서 사퇴가 아닌 헌재 심판을 받아보는 쪽으로 선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헌재에서 해볼 만 하다…정면승부로가는 이진숙 탄핵안
대통령실은 2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 위원장 탄핵에 관해 자진 사퇴 대신 헌법재판소에서 심판을 받아보는 쪽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소추안이 헌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야당이 무리하게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는 만큼 이전처럼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이번 탄핵안에 대해 사퇴가 아닌 정면으로 받아들인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당초 계획했던 KBS와 MBC 방문진 이사진에 대한 선임이 모두 끝났다. 이 위원장을 선임한 배경 역시 속도감 있는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였다는 점에서 향후 헌재에서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방통위가 처리해야 할 시급한 현안은 향후 없다는 게 정부 여당의 생각이다. 방통위 최대 현안이 마무리됐으니 이제는 야당 탄핵 시도에 물러서기보다 헌재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중이 담겼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헌재로 가게 될 경우 사실상 의결 기관인 방통위의 업무는 마비되고, 사이버 레커나 유튜브 가짜뉴스, 단통법 등 방통위가 챙겨야 할 현안이 올스톱된다. 이 경우 무리하게 탄핵안을 추진한 민주당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과 이상인 전 부위원장이 탄핵안 이후 사퇴로 내려왔다는 점에서 이번마저 물러설 경우 자칫 민주당의 탄핵 전략에 꼬리를 내리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민주당은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 들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이정섭 차장검사, 이 전 방통위원장 등 총 17차례 탄핵안을 들고 일어났다.
핵심은 헌재에서 승부수를 띄어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민주당이 주장하는 방통위 2인 체제와 이 위원장의 법인카드 의혹 정도로는 탄핵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방통위 설치법에 의하면 위원회의 소집은 2인 이상의 위원의 요구 또는 위원장이 단독으로 할 수 있고 의사정족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즉 위원장 1인을 포함한 상임위원 2인 만 있는 상황에서도 위원회 회의 개최가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7년에도 방통위는 일시적으로 3인의 상임위원 체제가 구성됐지만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문제는 민간독립기구 방심위, 뾰족한 수없는 민주당
이제 눈은 방심위로 쏠린다. 민주당이 현재 탄핵안을 통해 정부와 방통위를 견제하는 가장 큰 힘은 탄핵안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국회 다수당이라는 점과 방통위가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민간독립기구로 인정받는 방심위의 경우엔 상황이 다르다. 당초 탄핵대상이 되지 않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연임에 민주당은 이렇다 할 견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류 위원장의 연임 결정 시기와 관련해 민주당은 허를 찔렸다. 23일 윤 대통령은 류 위원장과 강경필 변호사, 김정수 국민대 교수를 방심위원으로 위촉했고 5일까지 임기가 남은 김우석·허연회 위원까지 모여 비공개 전체회의에서 류 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호선했다.
민주당은 아직 국회의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추천 몫의 위원이 위촉되기 전 류 위원장에 대한 호선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대통령 추천 몫의 3인과, 지난 기수의 잔류 방심위원 2인이 호선을 한 절차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주장하는 5기나 6기 등 기수 구분은 편의상의 구분이지 법 어디에도 새로운 기수가 출범할 때는 정원 9명이 다 구성돼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또 실제 임기 만료 위원 발생 시마다 후임 위원 위촉을 통해 교차 임기제를 형성해 심의 공백을 방지할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순차적 방심위원의 위촉이 가능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류 위원장은 현재 공석인 위원 6명을 조속히 추천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호선 후 열린 첫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우리 위원회는 디지털 성범죄, 마약, 도박 등 민생 위협들에 맞서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방파제”라며 “국회에 (현재 공석인) 여섯 분의 위원 추천과 조속한 위촉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현재 류 위원장의 호선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후보추천을 할 경우 자칫 류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추천을 한다고 해도 추천자가 모두 윤 대통령으로부터 위촉되는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위원으로 추천한 최선영 연세대 교수를 8개월 째 위촉하지 않았다. 최 교수의 경우 왜 인사가 이뤄지지 않는지 이유조차 제시되지 않았다. 최 교수는 윤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냈다. 21대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방통심의위원으로 추천한 황열헌 전 문화일보 편집국장도 윤 대통령은 위촉하지 않았다. 황열헌 전 국장은 위촉이 지연되자 후보자에서 물러났다.
결국 민주당으로서는 후보추천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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