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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상속세율 30% 인하 카드 꺼내든 배경은

입력 : 2024-06-17 06:00:00 수정 : 2024-06-17 10: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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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속세율 日 이어 OECD 2위
세 부담에 사업단절·고용축소 초래
“시장원리와 괴리… 세수효과도 적어”
‘물가반영’ 과표·공제한도 일괄 상향
증여세 연동돼 세율 함께 인하 고려

주식 등 자산 ‘처분할 때 과세’ 검토
“부의 대물림 심화” 반발 목소리도

민주 진성준 “2024년도 세수 결손 예상
정부, 세수 기반 허무는 정책만 남발”
野도 한때 논의… 이재명 질타에 ‘스톱’

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부담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 안팎으로 낮추고, 공제 한도를 높이는 등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자본이득세 전환 등 장기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정부는 과도한 상속세가 원활한 가업승계를 가로막고 있는 데다 기존 과세표준과 세율 아래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서울에 아파트 1채만 가진 중산층에도 부담이 돼 전면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뉴시스

1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먼저 현행 50%(최대주주 할증 평가 시 6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인 26.1%에 근접한 30% 내외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속세 세율체계는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상향된 뒤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세제 당국에 따르면 최고세율 50%는 일본(55%)에 이어 OECD에서 두 번째로 높다. 다만 일본이 과표를 시가로 적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정부는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경쟁력 있는 기업의 가업승계를 가로막아 사업의 단절 및 일자리·투자 감소를 초래하고, 결국 중산·서민층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상속·증여세 징수액이 14조6000억원으로 전체 국세수입(344조1000억원) 대비 비중이 크지 않은 만큼 세수가 어느 정도 줄더라도 상속세 부담 완화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전체 국가경제에 이득이란 입장이다.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으로 규정된 상속세 공제 한도는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11억9957만원(민주노동연구원 분석)을 기록하는 등 각종 자산을 비롯한 물가 상승으로 중산층 역시 상속세 부담을 느끼는 만큼 공제 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공제 한도 10억원도 1997년부터 28년째 변동 없이 적용되고 있다. 과표 구간 상향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세율 10%를 적용하는 과표를 현재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완화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유산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바꾸고, 상속세를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유산세는 사망자의 유산 전체에 10~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한 뒤 각자 상속분에 배분된 세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상속분이 적든 많든 동일한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탓에 납세자 부담능력에 따라 과세해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분할된 몫, 즉 상속인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유산세에 비해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더 나아가 주식 등 자산에 대해 가업승계 시엔 과세하지 않고 나중에 처분하면 매기는 자본이득세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증여세 역시 상속세와 긴밀히 연동된다는 점에서 세율 인하 등이 함께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이번주 세제당국과 2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상속세제 개편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산 불평등이 점점 깊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상속세 완화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자산 부분의 거품이 끼면서 격차가 심해졌다. 부의 대물림이 만연한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는 맞지 않다”면서 “각종 공제로 상속 건수의 5% 정도만 실제 세금을 내고, 이 중에서도 아주 소수만 부담을 느끼는 수준이기 때문에 상속세가 무겁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많은 만큼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면 폐지하면 지방세수가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있는 탓에 일단 15억원 이상 초고가 1주택자 및 보유 가액의 총합이 특정 기준을 넘는 다주택자에만 제한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부세가 재산세와 통합하면 부족해지는 세수를 만회하기 위해 재산세를 올려야 하는데, 정부가 이런 증세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자감세 이야기할 때 아니다”… 巨野 선긋기에 현실화 불투명

 

대통령실이 꺼낸 ‘상속세 30%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폐지’ 카드에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지금은 부자감세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입법권력을 쥔 거대 야당의 호응이 없어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고 하는데 스스로 세수 기반을 허무는 정책만 계속 내놓고 있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이 정부가 재정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 대안도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의 종부세 폐지, 상속세 인하’에 대한 당의 입장을 묻는 말에 “당에서는 아무 반응이 없다. 원내지도부도 국회 정상화가 일차적 목표”라고 답했다.

 

민주당이 상속세 인하와 종부세 폐지에 대한 논의에 미온적인 만큼 여권에서 세법개정안에 담으려는 움직임은 탄력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앞서 민주당에서도 종부세에 대한 전향적 검토와 상속세 완화 논의가 꿈틀대긴 했다. ‘실용적인’ 민주당으로서 중도층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종부세 논의를 끌어왔고, 국세청 차장 출신의 임광현 의원도 상속세 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2일에도 “종부세와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상속세의 경우 지금 제도가 적절한지 한 번은 점검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 의원은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부자 상속세 감세보다 중산층을 위해 상속세를 미세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며 상속세 일부 완화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흐름은 부자 감세라는 당내외의 반발에 ‘잠시 멈춤’ 신호가 들어왔다. 당장 상속세 조정을 주장했던 임 의원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정부가 좌회전 깜빡이 넣고 우회전하는 꼴”이라며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세입 기반을 무너뜨리는 감세론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세수 결손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정부를 겨냥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작심 비판하며 ‘부자 감세’를 꼬집었다. 당시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부자들 세금은 왜 깎아주나. 몇천억씩 영업이익이 생기는데 거기 법인세 깎아주면, 나라 경제가 사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금 원내대표가 할 일이 정말로 많다. 최대한 신속하게 코로나 대출금 10년 장기 분할 상환하게 하는 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민생회복지원금도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세종=이희경 기자, 최우석·배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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