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일 오전 7시30분쯤 신분당선 상현역에서 탑승한 한 여성은 손바닥으로 양팔을 비벼댔다. 냉방기가 작동중인 지하철 내부에서 찬기를 느낀 것이다. 임산부석에 앉은 또 다른 여성은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다. 기자도 에어컨 바람이 머리 위로 쏟아질때마다 강한 찬기가 느껴졌다. 30대 직장인 김모(여)씨는 “출퇴근시 지하철 내부가 굉장히 추운 편”이라며 “늦은 퇴근길에는 승객도 많지 않아 더욱 춥다”고 토로했다.
서울 지하철 기관사 A씨는 “여름철이면 ‘냉방을 좀 세게 해달라’는 요구와 ‘냉방이 너무 세다’는 상반된 민원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지하철 냉방기가 가동 되면서 승객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 여름이 아닌데도 지하철 에어컨이 강하게 가동 돼 일부 승객들이 추위를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광역 전철에서 연간 100만 건이 넘는 민원이 접수되는 가운데, 민원의 절반은 냉·난방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서울교통공사·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광역 전철 관련 민원은 2020년 91만4788건에서 2021년 94만5532건, 2022년 106만1643건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2020년부터 작년 8월까지 가장 많이 접수된 광역철도 민원은 냉·난방으로, 전체 민원의 52%(210만5008건)를 차지했다.
지하철 냉방을 둘러싼 민원이 끊이질 않는 것은 실내 온도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서울 지하철 냉방온도를 24∼26도 사이에 두도록 권하는데,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한다.
서울지하철 관계자는 “승객이 많으면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21∼22도에 맞춰 놓고 운행하는 편”이라며 “하지만 승객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에는 가장 강하게 냉방을 가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운 승객은 객실 중앙 약냉방석이나 약냉방칸으로 이동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내온도 기준이 따로 없는 버스의 경우 일일이 승객 요구를 맞출 수가 없어 ‘18도 강냉방’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50대 주부 김모씨는 “에어컨 공기가 차가워서 머리가 아플 정도”라며 “적정 신내 온도를 유지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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