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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복권은 승찰(勝札)이다. 1945년 7월 일본이 태평양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 장에 10원씩 총 2억원어치를 발행했다. 1등 당첨금은 10만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최초의 복권은 1947년 12월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 런던 올림픽 참가 경비를 마련하려고 후원회가 액면가 100원짜리를 140만장 발행했다. 1등 상금은 100만원이었는데, 쌀 한 가마니에 8300원이던 시절이니 당첨되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정기복권이 발행된 건 1969년 한국주택은행의 주택복권이 처음이다. 1장당 판매 금액 100원, 1등 당첨금은 300만원. 이름에 ‘주택’이 붙은 건 국가 유공자와 베트남 파병 군인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발행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의 집 한 채 값이 평균 200만원 정도여서 당첨금으로 집을 살 수 있었다. “준비하시고 ∼쏘세요” 하는 방송추첨 멘트와 함께 서민들이 주택복권을 들고 TV 앞에 앉아 번호를 맞추던 모습이 생생하다. 1등 당첨금은 1989년 비로소 1억원을 돌파하더니 1990년 1억5000만원으로 늘었다.

2002년 12월 로또가 등장하자마자 열풍을 넘어 광풍이 불었다. 이듬해 4월 19회차 1등 당첨 금액은 407억원이었다. 역대 최고기록이다. 횡재의 주인공인 경찰관은 세금을 빼고도 318억원을 타갔다. 그러자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로또 1장 판매금액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리면서 100억대 당첨 사례는 뜸해졌다. 요즘은 매주 6, 7명의 1등 당첨자들이 20억원 안팎을 받는 게 일반적이다. 800만분의 1 확률이라는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세금을 떼면 서울의 아파트 한 채도 못 산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로또 1등 당첨금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의견을 수렴해 볼 이슈인 것 같다”며 “기재부 복권위를 통해 공청회를 한 번 하든 의견수렴을 할 게 있는지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미국 최고 복권 당첨금은 2022년 캘리포니아에서 당첨자가 나온 20억4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다. 우리나라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액수다. 상향되는 로또 당첨금이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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