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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때아닌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내 ‘찐명(진짜 이재명계)’으로 불리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운을 뗐다. 그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문재인정부는 국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념적 틀에서 부동산 세제를 밀어붙여 실패를 경험했다”면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친문(친문재인)계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20년을 버텨온 종부세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총체적 재설계를 해야 한다”고 했다. 1주택자를 넘어 전면적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은 ‘종부세 폐지는 윤석열 정권의 바람’, ‘당을 흔들지 말고 국민의힘으로 떠나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애초 극단적 팬덤정치에 빠진 거대 야당 내에서 건전한 토론 문화를 기대한 건 아니다.

하지만 야당과 좌파 진영이 십수 년에 걸쳐 구축한 세금이 야당 내에서 논란이 된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종부세의 탄생 배경은 정치논리였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5년 5월 부동산 광풍이 불자 고가 주택, 다주택자에게 재산세에 더해 종부세를 부과했다. 이중과세 논란이 일면서 선량한 1주택자도 투기세력으로 낙인 찍혔다. 여러 채를 가진 집 주인들은 임대료를 올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겼다.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재산세 외에 종부세를 거두는 나라는 없다. 한국만의 독특한 ‘K과세’인 셈이다.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는 2017년 3만6000명에서 2022년 23만5000명으로 5년 만에 6.5배 늘었다. 집값이 폭등하자 공시가격을 급격하게 현실화한 탓이다. 이 기간 1주택자의 종부세액도 17배인 2562억원으로 폭증했다. 윤석열정부가 1주택자 기본공제액을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공시가 현실화율 상승을 억제했음에도 지난해 1주택자 종부세 대상자는 무려 11만여명에 이른다. 공정성은 조세의 기본원칙이다. 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둬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걸 반대할 이는 없다. 다만 소득 없이 달랑 집 한 채만 가진 사람을 부자로 보는 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늦기 전에 세제에 스며든 정치색을 지우고 합리적 과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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