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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김호중, 수사 탄력?…“물증·진술 확보 과제”

입력 : 2024-05-25 05:39:39 수정 : 2024-05-25 05:3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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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자백, 주변인 진술, 기타 물증 통해

혐의 구성하고 입증해야 할 숙제 안게 돼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음주 운전하다 사고를 내고 달아난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씨가 24일 경찰에 구속됐다.

 

사고 보름 만이자 김씨가 뒤늦게 음주 운전을 시인한 지 닷새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낮 12시 30분부터 약 50분 동안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오후 8시 24분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41) 대표와 본부장 전모씨도 같은 사유로 구속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방조 혐의를 적용해 지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대표는 사고 뒤 김씨 매니저에게 허위 자수를 지시한 혐의(범인도피교사), 본부장 전씨는 김씨 차량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제거한 혐의(증거인멸 등)로 각각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사고 3시간여 뒤 김씨 매니저가 '내가 사고를 냈다'며 허위 자백을 하고 김씨는 사고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에 출석해 김씨와 소속사가 '운전자 바꿔치기' 등 조직적으로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커졌다.

 

특히 폐쇄회로(CC)TV 영상과 술자리 동석자 발언 등 잇단 음주 정황에도 김씨는 음주를 부인하다 사고 열흘 만인 지난 19일 밤 돌연 입장을 바꿔 혐의를 시인했다.

 

김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도 "소폭 1∼2잔, 소주 3∼4잔을 마셨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그가 당일 소주 3병 이상을 마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씨는 사고 직후 직접 소속사의 다른 매니저급 직원 A(22)씨에게 수차례 전화해 자기 대신 허위로 자수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신 부장판사는 이날 영장심사에서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괜찮은 것이냐"고 질책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씨가 유명인으로 도주 우려가 크지 않고 사고 자체만으로는 중형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아보인다는 점에서 영장이 기각되리란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됐다.

 

그러나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구속 핵심 사유의 하나인 증거 인멸 정황이 뚜렷해 영장이 발부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범죄의 중대성, 중요 참고인에 대한 위해 우려 등도 고려하게 돼 있다. 김씨의 경우 단순 음주에 그치지 않고, 뺑소니에 이어 회사 차원의 조직적 증거 인멸과 말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음주를 덮는 과정에서 여러 범죄 혐의가 추가됐다. 막내 매니저 등 참고인에 대해 이미 회사 차원의 압박이 가해진 사실이 나타났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조직적 사고 은폐 시도와 김씨가 번번이 거짓 진술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봤고 구속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음주 여부에 대한 김씨 측 입장은 '음주는 절대 하지 않았다'→'술잔에 입만 댔다'→'소폭 1∼2잔, 소주 3∼4잔만 마셨다'로 줄곧 바뀌었다.

 

김씨는 휴대전화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하다 아이폰 3대가 압수되자 "사생활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비밀번호도 경찰에 알려주지 않았다. 또 경찰은 두 차례 압수수색에서도 김씨가 사고 당일 탔던 차량 3대의 블랙박스를 찾지 못했다.

 

김씨가 구속되면서 일단 경찰 수사는 탄력을 받게 됐다. 경찰은 음주운전 혐의 뿐만 아니라 사고 은폐 과정에서 김씨의 관여 정도를 중점적으로 살필 전망이다.

 

경찰은 뒤늦은 측정으로 김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파악하지 못했는데 지금껏 확보한 증거를 토대로 위드마크 공식을 활용, 음주운전 혐의도 추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김씨 측이 구속을 면하기 힘들다고 보고, 향후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쪽에 주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장 단계에선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혐의 '소명'이 이뤄지면 된다. 반면 형사재판에서는 범죄사실의 엄격한 '증명'을 요구한다. 입증 정도를 기준으로 볼 때 증명은 '범죄사실의 존재에 대해 확신을 얻는' 단계다. 이에 비해 소명은 '범죄사실에 관해 어느 정도의 개연성을 추측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미 드러난 증거 인멸 정황상 구속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핵심 증거인 블랙박스가 사라졌고, 휴대전화 비밀번호도 제공하지 않아 범행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가 마냥 쉽지는 않은 상태다. 향후 재판에서 범죄를 엄격하게 증명하는 데 장애가 될 가능성도 있다. '구속되더라도 재판에서 최대한 형량을 낮추자'는 전략도 가능하다.

 

김씨 변호인인 조남관 변호사는 검찰 재직 당시 휴대전화·컴퓨터 포렌식 등 과학수사를 총지휘한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장을 지낸 바 있다. 경찰은 김씨의 자백과 주변인 진술, 기타 물증을 통해 혐의를 구성하고 입증해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김씨는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서도 예정된 공연을 강행해 비난 여론을 키웠다.

 

구속영장이 신청된 바로 다음 날인 23일에도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 '슈퍼 클래식' 공연에 출연했으나 영장심사를 연기해 달라는 김씨의 요청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결국 이날 둘째날 공연 출연은 무산됐다.

 

김씨는 청소년 시절 조직폭력배와 어울리는 등 한때 방황했지만, 마음을 잡고 성악가의 길을 걷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이야기는 2013년 영화 '파파로티'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2020년 TV조선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출연해 인기 트로트 가수로 거듭났으나 4년 만에 '음주 뺑소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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