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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감성’ 빈티지 시계… 좋은 빈티지 구하는법 [김범수의 소비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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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8 14:45:00 수정 : 2024-05-18 14: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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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Vintage) 시계란 말 그대로 골동품 시계를 의미한다. 빈티지는 시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악기부터 오디오, 자동차 등 복고풍(레트로) 감성이 통용되는 분야에 모두 적용된다.

 

‘어디까지 빈티지의 영역이냐’라는 건 상당히 주관적이다. 보통 빈티지 시계는 최소 30년 이상이 된 시계를 말하지만, 넓게 해석하면 20세기까지 만들어진 시계라고 볼 수도 있다. 보수적으로 보면 건전지를 넣은 시계인 쿼츠(Quartz) 시계가 나오기 전의 시계를 말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에서 빈티지 시계는 가뜩이나 마니아 소리를 듣는 시계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마니아로 꼽힌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시계는 고가품에 속했기 때문에 당시 국내의 어려웠던 경제사정상 시계가 많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의 시계 산업은 1945년 해방이후 인데다가 전 세계적으로 손에 꼽힐만한 시계 브랜드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나 물량으로나 빈티지 시계 유통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좋은 빈티지 시계를 구하는 방법

 

구입 후 점검과 폴리싱을 마친 오메가(Omega) 빈티지 시계와 무브먼트 점검을 위해 시계를 개봉한 모습. 과거 시계는 부품을 황동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내부가 오늘날과 달리 누런색에 가깝다.

빈티지 시계의 매력에 빠지고 구입까지 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우연이었다. 평소 자주 가던 서울 종로구 시계공방에 시계 점검 차 들렀는데, 공방을 운영하는 장인이 “새로 들어온 시계가 있는데 볼 생각 없냐”고 제안했다. 시계를 구경하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다.

 

시계장인이 꺼내온 시계는 오메가 씨마스터(Omega Seamaster) 빈티지. 은색에 사각 형태의 다이얼로 ‘테레비’(TV)라는 애칭의 시계다. 60~80대 어르신들이라면 한 때 예물시계로 유행한 모델로 신혼의 추억에 잠길 것이며, 눈썰미가 좋은 20~30대라면 영화에서나 아버지가 애지중지 하던 모습을 봤을 것이다. 또한 내 아버지가 한 평생 차오던 시계 모델이기도 했다.

 

훗날 아버지에게 물려 받는다면 진정한 헤리티지이자 빈티지가 될 수 있겠지만, 그 때까지 기다리기 싫었다. 짧은 고민 끝에 오메가 씨마스터 ‘테레비’ 빈티지를 구입하기로 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한신성 대사가 착용한 오메가 빈티지 '테레비'. 고증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는게, 당시만 해도 예물시계 등으로 저 오메가 모델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계장인은 시계 점검에 들어가면서 몇 가지 설명을 해줬다. 그는 “빈티지 시계를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계 엔진에 해당되는 '무브먼트'의 상태”라며 “무브먼트가 수정되거나 다른 부품으로 교체가 된 경우 값어치가 떨어지게 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전면 판에 해당되는) 다이얼을 개성있게 재생하거나 시계를 연마해 광택(폴리싱)을 내는 것도 그다지 권장되진 않는다”며 “결국에는 원본과 멀어지게 되며 내구성도 줄어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티지 시계를 처음 구매했을 땐 다이얼 재생을 염두했지만, 그의 말을 듣고 생각을 접게됐다. 다만 구입하려는 시계나 유리 쪽에 기스가 많아 폴리싱은 맡기기로 했다.

 

시계장인은 시계 내부를 보여주면서 “보이는 것 처럼 무브먼트가 원본 그대로 잘 관리됐다. 과거에는 황동으로 무브먼트를 만들었는데 딱 누런 황동색이지 않나”며 “이 빈티지가 괜찮은 점은 다이얼 상태가 눈에 띄게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가능하면 시계를 사용했던 주인의 모습을 알 수 있으면 좋다”며 “시계란 주인의 성격에 따라 흔적이 남는데 전에 사용했던 사용자가 선비 같은 사람이면 좋은 빈티지가 될 것이고, 깡패 같은 사람이면 값어치도 없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빈티지 시계…아버지의 ‘예물시계’ 오메가

 

국내에서 유명한 오메가 씨마스터(Semaster) 빈티지 '삼대장'. 별칭은 왼쪽부터 '테레비', '고구마', '뻐뻐씨'.

서울 종로 시계골목을 돌아다니면 어렵지 않게 빈티지 시계를 판매하는 걸 볼 수 있다. 다만 시계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 비해 종류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과거에도 '예물시계'라는 명목으로 들어온 특정 브랜드의 빈티지가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 빈티지 시계 시장은 독특한 편이다.

 

아버지 세대의 예물시계가 빈티지가 된 대표적인 브랜드는 ‘오메가’, ‘론진’(Longiness), ‘세이코’(Seiko), ‘오리엔트’(Orient) 등이 있다. 1970~1980년대 인기있었던 예물시계 브랜드였던 만큼, 국내에서 쉽고 합리적으로 찾을 수 있는 빈티지 시계이기도 하다. 서구권에서 최고 인기 빈티지인 ‘롤렉스’(Rolex)의 경우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나 고가였기 때문에 구입한 사람이 적어 매물이 많지 않다.

 

오메가 씨마스터 빈티지의 다이얼에 색상을 입혀 현대적인 개성을 넣기도 한다.
 

특히 오메가 씨마스터 빈티지는 전 세계에서 한국에 가장 많이 존재하는 걸로 유명하다. 1970~1980년대 당시 오메가 라인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해 많이 사들였던 만큼, 남아있는 물량도 많다. 얼마나 많은지 빈티지 시계 마니아가 많은 걸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오메가 씨마스터 빈티지를 대량으로 구매해 되팔 목적으로 종로 시계골목을 찾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오메가 씨마스터 빈티지의 모델은 별명으로 통용된다. 직접 구입한 ‘테레비’, 과거 TV의 브라운관을 닮았다고 붙여진 별칭이다. 오메가 테레비 만큼이나 유명한 빈티지는 ’고구마’와 ‘뻐뻐씨’다. 조금 유치한 작명법을 수는 있는데, 각각 고구마를 닮았고 시계줄이 뻣뻣하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현대적으로 재해석 한 빈티지 시계와 애호가들

 

빈티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티쏘(Tissot)의 PRX(왼쪽)와 카시오(Casio)의 MTP-B145D 모델.

최근 레트로 열풍이 일어나면서 빈티지 시계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영화배우 이동휘 씨와 여행 유튜버 곽준빈 씨가 오메가 씨마스터 빈티지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오메가 빈티지 시계가 인기를 끌자 아예 스위스 시계브랜드인 ‘티쏘’(Tissot)와 ‘미도’(Mido), 일본의 ‘카시오’(Casio)에서는 색깔을 입힌 오메가 빈티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신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티쏘의 PRX로 잘 알려진 이 모델은 젊은 계층 사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페바(Feba)의 '점핑아워' 빈티지와 점핑아워를 착용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오메가 빈티지는 아니지만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빈티지 시계를 착용한 유명인으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꼽을 수 있다. 정치적인 관점을 떠나서 시계 애호가로 알려진 한 전 위원장은 다양한 빈티지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흔치 않은 빈티지 시계는 ‘페바’(Feba)의 ‘점핑아워’(Jumping Hour)다. 

 

페바의 점핑아워의 가격은 과거 출시할 때나 구하기 어려운 지금이나 50만원을 넘지 않지만, 빈티지 시계 마니아 사이에서는 구하기 정말 어려운 모델로 꼽히고 있다. 디자인도 아방가르드해서 소화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기도 하다.

미도(Mido)의 멀티포트TV 모델. 누가 봐도 빈티지 시계를 재해석 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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