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집안은 미국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 명문가다. 같은 민주당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랫동안 케네디가(家) 사람들과 교유해왔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막내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과는 특히 친하게 지냈다. 2009년 케네디 의원이 77세 나이로 사망했을 때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바이든은 직접 장례식에 참석해 애도를 표했다. 2021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바이든은 케네디 의원의 부인 빅토리아 케네디를 주(駐)오스트리아 대사,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케네디를 주호주 대사에 각각 임명했다. 2020년 대선 당시 케네디가 사람들이 바이든을 적극 지지한 데 대한 보은(報恩)일 것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케네디가는 역시 바이든 편에 섰다. 지난 4월 미국 언론은 “케네디가에서 최소 15명이 바이든 지지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전부가 정치적 입장을 같이하는 것은 아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도, 공화당도 거부한 채 제3후보로 독자 출마하는 길을 택했다. 그는 케네디 전 대통령 시절 그 밑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동생 로버트 케네디의 아들이다. 모두 ‘케네디’라는 성(姓)을 사용하니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이 케네디 주니어의 인기가 제법 높은 모양이다. 전국 단위의 여론조사에서 10% 넘는 지지율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공화 양당 구도가 확고한 미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케네디 주니어가 대통령에 당선될 확률은 낮다. 다만 그가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 중 어느 쪽을 더 많이 끌어들이느냐는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케네디 주니어를 “극단적인 좌파 인사”라고 부르며 보수 유권자 결집에 나섰다. 민주당은 그가 바이든 표를 잠식할 것이 우려되는지 ‘케네디 주니어 찍으면 트럼프 당선’이란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케네디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는 건 ‘대통령 케네디’의 존재 때문이다. 43세 나이에 대통령이 돼 불과 2년10개월 만에 암살이란 비극적 형식으로 세상을 떠난 케네디의 삶은 ‘극적’(劇的)이란 말로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더욱이 암살범의 정체를 놓고 아직도 의혹이 분분하니 미국인의 기억에서 좀처럼 잊히지 않는 듯하다. 1963년 11월 케네디 사망 후 60년 가까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해 온 의사 겸 변호사 시릴 웨트 박사가 지난 13일 9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2021년 펴낸 책 ‘케네디 암살을 해부하다’에서 암살의 배후로 미 중앙정보국(CIA)을 지목했다.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공식 수사 결과를 반박하며 “오스왈드는 CIA의 첩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비록 고인은 세상을 떠났지만 케네디 암살의 진상을 규명하려는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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