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이 확실시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14일 “당심이 곧 명심(明心·이재명 대표 의중)이고 명심이 곧 민심”이라고 했다. 추 당선인은 B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심과 민심을 제대로 수용해서 개혁 정치를 해내는 국회로 우리가 힘을 모으는 것이 바로 당심을 받드는 것이고 또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고 차기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마음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의장 후보 조정과 관련해 이 대표 의중에 따라 추 당선인이 조정식 의원과 단일화를 진행하고, 정성호 의원이 중도 하차한 것은 국민 여론과 당내 주류 의견을 떠받든 조치라는 취지다.
‘명심=민심’이라는 추 당선인의 논리는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주류가 내세웠던 “윤심(尹心· 윤 대통령 의중)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고 주장을 연상시킨다. 친윤 주류는 집단행동을 주도할 때마다 '윤심이 곧 당심, 당심은 곧 민심'이란 명분을 강요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 논리로 당심 100%로만 뽑는 전당대회 규칙 개정을 밀어붙였고, 나경원 당선인 등 비윤계 인사의 전당대회 출마를 가로막았다.
이후 국민의힘은 윤심 경쟁에 매몰되며 민심과의 거리는 더 멀어져 갔다. 그 결과가 22대 총선의 참패이고, 30%를 밑도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다.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와 전당대회 관련해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다는 해괴망측한 궤변"이라며 "당원 100%로 바꾼 그 순간부터 오늘날의 비극이 더 심화됐다”고 진단했다.
진 전 장관 지적대로 ‘윤심=민심’ 혹은 ‘명심=민심’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오만한가. 민심을 명분으로 내세워 사실상 자신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뜻이다. 민심이 당심이 되고, 당심이 윤심(혹은 명심)이 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고 상식이다. 이를 거꾸로 되돌리려고 하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중국 고전인 정관정요에는 ‘물은 배를 띄울 수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뜻의 ‘수능재주 수능복주(水能載舟 水能覆舟)’라는 말이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위기를 보고도 ‘명심’ 운운하고 있으니 개탄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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