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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족 도리 외면하고 유산만 챙기려는 세태 경종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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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5 23:48:17 수정 : 2024-04-25 23: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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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도입된 유류분 제도 ‘위헌’
“패륜 가족에게는 유산 안 줘도 돼”
바뀐 시대상 감안한 상속제도 필요
헌재, 유류분 제도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 선고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형제자매에게 유산상속 강제'는 유류분 제도 위헌이라고 선고했다. 2024.4.25 yatoya@yna.co.kr/2024-04-25 14:20:35/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행 민법상 유류분(遺留分) 제도의 대대적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제도는 생전 고인의 뜻과 무관하게 유산 일부를 가족에게 의무적으로 상속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헌법재판소는 어제 유류분에 관한 민법 규정 일부를 위헌 및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그간 어르신들 사이에 “내 재산을 왜 내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느냐”는 불만이 많았던 점을 감안하면 만시지탄을 금할 길이 없다. 가족으로서 도리는 외면한 채 고인의 유산에만 집착하는 그릇된 세태에 경종을 울린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유류분 제도는 유족들이 고인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려고 다투는 것을 막고자 1977년 도입됐다. 고인이 유언 없이 별세하는 경우 자녀와 배우자는 상속 대상 재산의 2분의 1,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각각 받는다. 문제는 생전에 고인을 학대한 이들은 물론 고인을 낳은 뒤 양육 의무를 저버린 이들조차 ‘가족’이란 이름 아래 유산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은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딸의 유산을 받아 가자 얼마나 큰 국민적 공분이 일었던가.

헌재 재판관들은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을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에 반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배우자, 자녀, 부모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1∼3호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유류분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이들한테까지 재산을 주는 건 명백한 잘못인데, 그런 예외 규정을 아예 두지 않은 것은 입법 미비라는 취지에서다. 헌재는 민법 1118조가 공동상속인 중 상당한 기간 특별히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이(기여 상속인)에게 고인이 증여한 재산을 유류분 배분의 예외로 인정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이 또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고인의 형제자매도 유류분 수급권자로 명시한 민법 1112조 4호는 무효화됐다. 우리 사회에서 상속 재산 형성에 대한 형제자매의 기여도 등을 감안할 때 상식적 결정이라 하겠다. 이번 결정은 요즘 같은 초고령화 시대에 어르신 부양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기존의 가족 개념도 바뀌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패륜 가족에게도 재산은 물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기존 상속 제도에 메스를 들이댄 헌재 결정을 계기로 현시대에 부합하고 또 미래 가족의 모습까지 반영한 새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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