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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과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은 미국의 우주시대를 여는 데 가장 기여한 인물로 꼽힌다. 폰 브라운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 로켓 책임자로 일하며 1959년 아폴로 11호의 추진 기관인 ‘새턴V’를 개발해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가능케 했다. 그는 로켓의 아버지라 불렸지만 나치 전범이기도 했다. 스무 살에 그가 만든 ‘악마의 사자’로 불리는 V2 로켓은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런던 시민 수만 명을 죽였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나치 독일 부역 기록까지 없애면서 폰 브라운을 나사에 영입했다.

 

중국에는 우주항공의 대부라 불리는 첸쉐썬(錢學森)이 있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미 국방자문위원회에서 미사일 개발의 핵심두뇌 역할을 했지만 1950년대 매카시 광풍 때 공산당원으로 몰려 수감됐다. 당시 중국 지도부는 5년간의 담판 끝에 6·25전쟁 미군 포로 조종사 11명을 넘기는 대신 그를 송환했다. 당시 미 해군참모차장은 “첸 박사는 5개 사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지녔다. 귀국시키느니 죽이는 게 낫다”고 했다. 그는 중국이 3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고 평생 국보급 대우를 받았다.

 

한국은 딴판이다. 해외 인재 영입에 딴죽을 걸거나 이공계 고급인력이 찬밥 대우를 받는 사례가 허다하다. 박근혜정부 시절 김종훈 전 미국 벨 연구소 소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으로 지명됐다가 낙마했다. 그는 벨 연구소 최연소 수장을 맡아 성공한 재미교포의 상징적 인물이었지만 야당에서 이중국적을 트집 잡아 인사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판 나사인 우주항공청이 다음 달 말 문을 여는데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1급 직책 임무본부장에 존 리 전 나사 고위 임원이 내정됐다. 존 리는 30년간 백악관과 나사 등에서 일하며 다양한 우주프로젝트를 운영·관리했다. 2009년부터 고국을 오가며 국내 연구기관과 나사 간 협력에 공을 들였고 한국의 우주기술을 미국, 유럽 등에 알렸다. 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현재 미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연봉은 2억5000만원으로 직속 상관인 우주항공청장(차관급)보다 1억원 정도 많고 대통령과 비슷하다. 한국에서도 폰 브라운, 첸쉐썬에 필적하는 영웅이 탄생하길 기원한다.


주춘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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