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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은 각별하다. 평균 자산의 80%가 부동산 등 아파트에 몰려 있어 가격이 오르내릴 때마다 일희일비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퇴직연령이 빨라지면서 노후가 불안한 대다수 서민들에게 아파트는 든든한 자산이다. 담보로 잡히고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고 팔거나 대출을 받아 자식 뒷바라지에 쓸 수도 있다.

 

1970년대 초 아파트 이름에 ‘∼맨션’ ‘∼점보’ ‘∼렉스’ ‘∼퀸스’ 등을 붙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새로 짓는 아파트에 외래어 대신 개나리, 상록수, 청실· 홍실 등 꽃·나무 이름이나 순우리말을 쓰게 했다. 이후 아파트 이름은 ‘압구정 현대’ 등 지역과 건설사 이름을 병행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998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지금은 시공능력평가 50위권 건설사 중 단 한 곳도 브랜드명에 우리말을 쓰지 않는다.

 

통상 아파트 가격은 교통, 교육, 편의시설, 환경이 좌지우지한다. 출퇴근이 편하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을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다. 입지 외에도 아파트 이름도 아파트의 가치를 높인다. 이름을 짓는 데 각별한 신경을 쓰는 이유다. ‘메트로’는 역세권, ‘리버’, ‘오션’은 강·바다가 보인다는 걸 강조한다. ‘파크’는 공원을, ‘포레스트’는 숲세권을 의미한다. 강이나 바다가 안 보이고 공원과 떨어져 있더라도 이름을 갖다 붙인다. 여기에 고급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다 보니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난무하게 된다. 영어도 모자라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까지 등장했다. 전국 분양 아파트 단지 글자 수가 평균 10자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전남 나주의 25자 아파트는 외우기도, 부르기도 벅차다. ‘시부모 못 찾게 어렵게 작명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들어설 아파트 이름에 ‘서반포’가 거론돼 갑론을박이 이어진다. ‘흑석동 사는 게 창피한가’, ‘얄팍한 마케팅’이라는 비판에 ‘이름도 마음대로 못 짓나’, ‘반포 서쪽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는 반박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요지경 같은 아파트 이름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아파트 공화국에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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