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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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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3 04:08:30 수정 : 2024-04-23 0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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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기념일이다. 그동안 먹고살기에 급급했던 우리는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자연은 마냥 무한하고 너그러운 줄만 알았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인 양 이익을 좇아 천지사방을 들쑤시며 오만했다. 그 결과 인간도, 환경도 모두 황폐해졌다. 회색 콘크리트가 도심을 뒤덮고 하늘로 치솟을수록 초록 땅이 그리워진다.

우리가 파놓은 환경오염이라는 수렁에 빠져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즈음 ‘정원’이라는 화두가 등장해 숨통을 틔워 주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우리 삶의 공간이 건물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건물 밖의 정원이 주목받고 있다. 모두가 정원에 눈을 돌리다니, 그만큼 먹고살 만하다는 의미일까. 반드시 그렇진 않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서 정원에 관심이 쏠린 건 분명하지만, 인간의 자연환경 훼손이 그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

국내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 국가정원을 필두로 태화강 국가정원과 전국의 지방정원, 민간정원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방문객은 수백만명에 달했다. 그만큼 온 국민의 관심이 정원에 쏠리고 있음을 방증한다. 우리가 이토록 정원에 열광하는 건 무슨 연유일까. 어쩌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열망과 염원의 표현일 수도 있다.

이 시대의 정원은 안복(眼福)을 위한 감상의 장소만은 아니다. 직접 풀과 나무를 심으며 땀을 흘리는 참여의 장소이기도 하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온 정성을 쏟다 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정원은 지친 심신을 회복하게 하는 치유의 장소이자 자연환경의 교육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니 정원을 가꾸는 일은 자연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다. 풀과 나무가 자라고 바위틈으로 물이 흐르며, 곤충과 새들이 날아드는 정원은 작은 우주다. 한 평의 정원을 소유하는 건 곧 우주를 가지는 셈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는 정원의 주인이 아니라 그 속의 구성원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원의 양식도 인위적·장식적인 걸 탈피해 자연주의로 선회했다. 자연에 대한 배려와 인정에서 출발하는 자연주의 정원은 자연(식물)의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서울시는 서울정원박람회를 통해 매년 우리 염원의 불씨를 심어 왔다. 2015년 ‘숨은 정원 찾기’를 시작으로 ‘자연과 도시재생’, ‘꿈과 예술’, ‘바람과 풀’ 등으로 그 주제와 의미를 확장해왔다.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다. 뚝섬은 조선시대 나라의 목장이자 사냥터로 이용했던 곳이고, 한양 명소 10곳 중 하나인 ‘전교심방’이었으므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박람회는 5월부터 10월까지이니 봄, 여름, 가을의 정취를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는 아울러 산림청과 협업해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10월 예정)’도 추진한다고 하니 볼거리가 더욱 풍성할 듯하다.

올해의 주제는 ‘서울에서의 정원의 삶’이다. 1000만 대도시에서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1000만 시민에게 정원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 화사한 5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이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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