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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건보 ‘전공의 상담창구’ 운영 한 달째 접수 ‘0’

입력 : 2024-04-21 18:03:36 수정 : 2024-04-22 0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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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 속 전용 창구 마련
고용부 신고 센터도 문의 없어
“전공의, 정부 불신에 이용꺼려
의료계 폐쇄적인 분위기도 영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공의 전담 상담 창구를 운영한 지 20일로 한 달을 맞은 가운데 현재까지 접수된 사례는 0건으로 파악됐다. 의료계가 정부와 대치 중인 상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1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운영하고 있는 전공의 전담 상담 창구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전무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기존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상담센터’를 통해 심리 상담 등을 받는 의료 인력은 있지만, 전공의 전담 창구로 들어온 문의는 없다”고 했다.

 

공단은 2021년 8월부터 ‘보건의료인력 인권침해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 20종에 해당하는 직업군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센터로 지난해 8월까지 2년 동안 약 1300건의 심리 상담이 이뤄졌다. 최근 의·정 갈등 속에서 전공의의 수련 환경 등이 문제로 꼽히면서 공단은 기존 센터 외에 전공의만을 위한 별도 창구를 마련했다.

 

전공의끼리 의료 현장 복귀를 방해한다는 지적에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신고센터를 통해서도 접수된 내용은 없었다. 전공의와 의대 교수는 각 병원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와 고용부 노동포털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사직서 제출 강요 사례 등을 신고할 수 있다.

 

이처럼 정부가 마련한 상담 창구를 전공의들이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의·정 갈등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다. 대전성모병원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건보공단 창구를 이용하지 않는 배경이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고용부 창구에 대해서는 “‘병원에 남은 전공의 색출’ 등 이야기는 다 소설이라는 게 증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연합뉴스

의료계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문화도 상담 창구 이용을 꺼리는 배경으로 꼽힌다. 관련해 류옥씨는 그간 정부가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 실효성 있는 조치를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별도 상담 창구를 만든 데 관해 비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발표한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업무 수행 중 폭언 또는 욕설을 경험한 전공의는 약 34.0%였다. 가해자는 교수가 56.3%로 가장 많았다.

 

전공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54.3%로 일반인구 집단 26.2%(2021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기준)와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 우울감 경험률(2주 이상 우울감 지속) 역시 23.6%로 일반인구 집단 6.7% 대비 3배 이상 높았다. 이 같은 실태조사가 나온 게 지난해 1월인데 건보공단의 상담 창구는 의·정 갈등이 표출된 뒤 지난달에서야 만들어졌다.

 

류옥씨는 “수련 현장에서 폭행, 성폭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도 가해자는 몇 개월 정직에 그치곤 하고, 형식적 징계가 아닌 제대로 된 징계는 없다시피 하다”며 “가해자는 몇 달 뒤 돌아오고 남은 몇 년은 한 공간에서 보내야 하는데 누가 피해 사실을 털어놓겠냐”고 지적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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