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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후반 프랑스혁명 때다. 프랑스 파리에 살던 장 샤를 드 레제르 백작은 난세를 피해 알프스로 도피했다. 친구 가브리엘 카샤라는 사람의 집이었다. 당시 레제르 백작은 지병인 신장결석을 앓고 있었다. 마침 카샤의 집 뒤뜰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이 물을 매일 마시자 백작의 신장결석이 치유됐다. 약수로 입소문이 났다. 1864년 나폴레옹 3세가 소문을 듣고서는 마을에 에비앙이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세계적인 생수 브랜드 ‘에비앙’의 시작이다. 에비앙 생수가 시장성을 가진 것은 석회질 토양 덕분이다.

프랑스 지역은 토양 전체가 석회질이라 식수에 이 성분이 듬뿍 담겨 있다. 예술의 도시, 파리도 마찬가지다. 석회지대에선 경수(硬水)가 난다. ‘센물’이라고도 불리는 경수엔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 수도꼭지에 뿌연 석회가루가 낀 모습이나 물이 마른 자국이 자주 목격된다. 빨래를 하기 어렵고, 그냥 마시면 배탈이 날 수도 있다. 프랑스 여행을 하게 되면 “음료는 꼭 사서 드세요”라는 안내가 뒤따른다.

프랑스에서는 어떤 빵집에 들어가더라도 에클레어, 타르트, 갈레트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빵 라인업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클래식한 바게트와 크루아상은 기본이다. 밥보다 빵이 좋은 이들에겐 행복한 일이다. 버터의 맛과 빵의 결이 살아 있다고들 한다. 이 맛을 흉내 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지금도 파리바게트는 전 세계 각지로 공수된다. 맛의 비결이 바로 물맛, 경도를 낮춘 석회수 때문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오는 7월26일, 100년 만에 다시 파리에서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프랑스는 개막식 등을 경기장이 아닌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강에서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반이 석회질 토양인 센강의 물색은 탁하다. 각종 수질오염까지 더해져 1923년부터는 아예 수영이 금지돼 왔다. 정화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오랜 기간 방치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다. 올림픽을 계기로 파리시는 입수가 가능한 수질로 개선하겠다며 14억유로(약 2조원)를 들여 정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파리시의 ‘대담한’ 올림픽 계획이 성공을 거둘지, 센강은 조금이라도 맑아질지 궁금하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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