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국회의원에 대한 불확실성 감소

사람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사회적 역할을 하며 살아간다. 부모, 자녀, 상급자, 하급자, 선생, 학생, 의사, 간호사, 상인, 정치인 등 역할은 다양하다. 역할 수행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 타인과 관계이다. 관계는 여러 요인이 관여하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고 변화한다. 관계가 천태만상인 까닭이다.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며, 발전하고 해체되는 것일까. 1975년 버거와 캘러브리즈는 모든 관계는 ‘초면 상황’을 거친다면서, 초면 상황에서 관계를 설명하고 예측하는 ‘불확실성 감소 이론’을 발표했다.

이 이론은 정보 교환이 증가하면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불확실성이 감소하면 상대에 대한 지식이 증가하고, 상대의 행동에 대한 예측력과 확실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을 빌리면 연애 관계의 최고 단계인 결혼도 경제력이나 학연 지연 혈연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불확실성 감소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정보의 중요성에 주목하는 ‘불확실성 감소 이론’은 인간의 선택 행위에 대해서도 설명력을 지닌다. 예를 들어 맛집을 선택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지닌 음식점 관련 경험이나 정보 검색을 통하여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과정을 거치며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선택한다. 이 행위는 음식 주문 과정에서도 지속된다. 메뉴를 보면서 음식의 종류와 가격을 비교하고 동행한 이들과 의논하고 종업원에게 물어도 본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선택 행위를 위해 다양한 불확실성 감소 방안을 동원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총선 출마자들은 어떻게 선택되었을까. 후보자와 초면 상황이었을 유권자들은 어떤 방법으로 출마자들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켰을까. 어떤 정보 습득과 비교 과정을 거쳤을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안 지켜도 별 탈 없는 공약집, (참석을 강제할 수도 없는) 후보자 토론회 이외에 다른 정보는 어떤 것이었을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의 정보도 중요하다. 당선이 정보 제공의 마감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약과 유세 내용에 대한 이행을 포함하는 의정 활동에 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에 막강한 권한과 특권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상시에 낱낱이 공개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