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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에서 의견 엇갈린 한·미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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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21 10:10:59 수정 : 2024-04-21 19: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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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올해부터 2년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을 맡고 있다. 한국이 처음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된 것은 김영삼(YS)정부 시절인 1996년의 일이다. 유엔에 회원국으로 가입한 1991년 이후 불과 5년 만에 이룬 외교적 쾌거였다. 안보리는 유엔의 모든 기관 중에서 유일하게 강제력과 구속력 있는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곳이다. 일단 안보리 회의에 매번 참석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과 더불어 국제사회 현안을 놓고 토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특권이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나라들이 툭하면 한국 대표를 찾아와 “오늘 안보리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통에 우리 외교관들의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한다.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은 총장으로 재직하던 1996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6년 당시 유엔 사무총장은 이집트 출신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1922∼2016)였다. 프랑스에서 국제법을 공부하고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갈리는 미국과 ‘코드’가 잘 맞지 않았다.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는 갈리가 지나치게 독선적이고 유엔 회원국 중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미국의 의견을 공공연히 무시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었다. 1992년 1월 유엔 사무총장으로 5년 임기를 시작한 갈리는 재선에 도전했다. 1997년 1월부터 새롭게 5년 임기를 개시하려면 늦어도 1996년 말까진 연임이 확정돼야 했다. 하지만 미국은 갈리의 재선에 반대하고 다른 인물을 유엔 사무총장에 앉히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에 따라 총회가 임명한다. 추천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안보리가 결정하는 셈이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미국을 제외한 14개국은 갈리의 연임에 긍정적이었다. 안보리 표결을 앞두고 미국은 동맹인 한국에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질 것을 요청했다. 박수길 당시 주(駐)유엔 대사는 거절했다. 훗날 회고록에서 그는 미국 측에 “갈리에게 결정적 흠이 없고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지지하는데, 미국이 반대한다고 우리가 기권하게 된다면 한국의 대외 이미지가 크게 나빠질 것”이란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제3세계 국가들과의 우호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고도 했다. 안보리 투표 결과는 찬성 14 대 반대 1이었으나 갈리는 재선에 실패했다. 홀로 반대표를 던진 미국이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 회의가 열리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18일 유엔 안보리에서 그때와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국 가입을 둘러싼 표결에서 한국은 찬성 입장에 섰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한 이사국이 훨씬 많았으나 해당 안건은 끝내 부결됐다. 거부권을 지닌 상임이사국 미국 혼자 반대표를 던진 결과다. 이번에도 동맹인 한국과 미국의 의견이 엇갈렸다. 1996년 갈리 사무총장 연임 표결 때처럼 ‘제3세계 국가들과의 우호관계’를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한·미동맹에 입각해 미국과 공조하기만 하면 되었던 과거와는 크게 달라진 한국의 입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국제사회는 나날이 변하고 우리 외교당국이 결정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도 그만큼 많고 또 복잡해진다. 한·미동맹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도출해내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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