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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질 수도 있다"는 美 CIA의 경고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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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9 19:00:00 수정 : 2024-04-19 19: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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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우크라이나가 고작 3일 만에 붕괴할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어느덧 3개월 이상을 버티고 있다.” 2022년 5월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 일부다. 그해 2월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침공을 개시하고 3개월이 지난 것을 계기로 내놓은 입장문이다. 젤렌스키는 “지난 3개월은 용감하고 영웅적인 승리의 나날이었다”며 “우리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어서 우크라이나에 평화가 깃들기를 바란다”고 기원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전쟁이 3개월을 훨씬 넘겨 3년째 이어질 거라고 젤렌스키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고향인 우크라이나 중부 크리비리흐의 한 아파트가 지난해 7월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파손돼 있다. AP연합뉴스

전면전 발발 당시 러시아의 군사력은 세계 140개국 중 미국에 이은 2위로 평가됐다. 우크라이나는 그보다 한참 아래인 22위였다. 객관적 전력만 놓고 보면 젤렌스키의 말처럼 사람들이 ‘우크라이나가 3일 만에 붕괴할 것’이라고 여긴 것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가 살아남은 것은 장병들의 애국심과 국민들의 단결력 덕분이다. 개전 초기인 2022년 3월 영국 BBC방송이 우크라이나군 신병 두 명과 인터뷰를 했다. 대학에서 각각 생물학, 경제학을 공부하다 자원 입대한 막심(당시 19세), 그리고 드미트로(당시 18세)란 이름의 젊은이였다. 키이우 외곽 신병훈련소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그들은 BBC 취재진에 단호하게 말했다. “러시아군이 키이우에 진입하면 전쟁이 끝날 수 있습니다. 반드시 여기서 막아야만 합니다.” 얼마 뒤 러시아군은 키이우 진격을 포기하고 동쪽으로 철수했다.

 

물론 정신력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차, 미사일 등 보유량에서 러시아군에 한참 뒤졌다. 그 격차를 어느 정도 줄여준 것이 바로 미국 등 서방의 군사원조다. 미국과 다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제공한 각종 무기가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수행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갈수록 줄어든다.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해 온 미국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위한 예산안이 야당인 공화당 반대로 여소야대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군수공장 생산 능력의 한계로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제때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각종 포탄과 탄약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윌리엄 번스 미국 CIA 국장. AP연합뉴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8일 미 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위한 예산안 처리를 호소했다. 번스 국장은 “(지원이 없으면) 상황은 훨씬 나빠진다”며 “우크라이나가 연말 전쟁에서 질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CIA의 분석인 만큼 신빙성이 높다고 하겠다. 러시아군이 키이우에 점령군으로 입성하고 젤렌스키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항복하는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가 이기느냐 지느냐는 단지 한 나라의 존속 여부만이 달린 문제가 아니다. 국제법을 어기고 이웃나라를 침략한 국가가 응징을 받는 대신 되레 전리품을 챙긴다면 이는 국제사회 전체가 ‘약육강식’의 시대로 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녕 우크라이나가 이대로 쓰러지게 내버려둘 것인가.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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