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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에 전기고문 실험 에디슨… 얼음송곳 뇌수술 프리먼…

입력 : 2024-04-19 20:25:09 수정 : 2024-04-19 20:2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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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잔혹사/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2만5000원

 

수많은 신약은 과거엔 포기해야 했던 수많은 생명을 죽음에서 구해냈다. 그렇기에 과학, 의학은 미래와 희망이라는 단어와 자주 연결된다. 그러나 그 발전 과정이 오로지 ‘바른길’로만 도배됐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신간 ‘과학 잔혹사’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별칭이 붙는 ‘이야기꾼’ 샘 킨이 과학적 성취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클레오파트라부터 ‘로빈슨 크루소’의 실제 모델과 스파이가 된 화학자, 테러리스트가 된 수학 천재 그리고 미래의 범죄까지 다양한 과학자의 악행을 들춘다.

샘 킨 지음/이충호 옮김/해나무/2만5000원

일례로 찰스 다윈이 존경한 당대 최고의 박물학자 윌리엄 댐피어는 약탈을 일삼은 괴팍한 해적이었다. 또 분류학의 아버지로 영향력을 떨친 칼 폰 린네는 ‘자연의 체계’를 쓸 때 노예 제도에 기대 채집된 표본 컬렉션을 참고했다. ‘발명 천재’로 추앙받던 토머스 에디슨 또한 전류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개와 말에 전기 고문을 가했고, 신경과 의사였던 월터 프리먼은 정신질환자들의 뇌 속을 얼음송곳으로 헤집는 수술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심리학자 존 머니는 ‘젠더’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었지만, 생물학적 기반을 무시하고 음경이 훼손된 아이에게 성전환 수술을 강권해 한 사람의 인생을 비극으로 빠뜨린 장본인이다.

이뿐이 아니다. 해부학자 존 헌터는 의대생 증가로 시신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시신 도굴꾼과 거래해 수많은 시신을 사들이며 시신 거래를 확대하는 데 일조했다.

논리와 합리성으로 무장한 과학자와 의사들은 왜 법의 선을 넘었을까.

때로는 강한 호기심이나 지식에 대한 갈구로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지나친 자부심에서 비롯된 명예욕, 일부의 고통과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자기 정당화를 하며 범죄의 길로 빠져들었다.

아무리 목적과 의도가 선하더라도 그 수단이 정당하지 않으면 ‘비윤리적인 과학’으로 인한 희생자가 생기고, 사회적인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과학 공동체에 혼란을 가져와 연구자의 자유가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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