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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 사후 무너진 평화… 로마는 어떻게 다시 일어섰을까

입력 : 2024-04-19 20:15:51 수정 : 2024-04-19 20: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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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톰 홀랜드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4만3000원

 

고대 로마 시민들은 무서운 외적에게서 로마 시민을 구하거나 혁혁한 정복 사업을 완수한 사람, 멸사봉공(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하여 힘씀)의 모델이 될 만한 사람 등 엄청난 업적을 달성한 시민을 ‘제1인자(princeps)’로 인정하고 그리 불렀다. 그러나 네로(로마 5대 황제, 재위 54∼68년)는 이런 업적이 없음에도 17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1인자 칭호를 얻었다. 당시 로마 원로원 의원들은 이를 문제 삼지 않고 오히려 네로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며 명예, 대권, 대사제직 등 법적 권리들을 부여해 그가 로마 세계 전체를 통치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는 익히 알려진 대로다. 64년 발생한 로마 대화재와 이후 기독교인 학살 등으로 ‘폭군의 대명사’가 된 네로는 반란군에 쫓기다 자결한다.

톰 홀랜드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4만3000원

책은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가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의 시대를 다룬 ‘루비콘’, 아우구스투스와 직계 후계자들의 치세를 다룬 ‘다이너스티’에 이어 내놓은 로마사 3부작이다.

로마의 전성기였던 ‘팍스 로마나(Pax Romana: 로마의 평화)’와 어울리지 않는 70년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팍스 로마나는 아우구스투스의 시대(기원전 27년∼서기 14년)부터 오현제의 마지막 황제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재위 기간(161∼180년)까지 약 200년간 로마 제국이 지중해 일대에 안정을 가져온 시기를 통칭한다. 하지만 네로가 죽은 68년 이후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재위가 끝나는 138년까지는 이름과 달리 위기의 연속이었다. 이 기간 로마에서는 찬탈과 내전, 외적의 침입과 속주의 반란, 자연재해 등 제국을 위기에 빠트린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네로가 죽고 이듬해에만 네 명의 황제가 즉위와 폐위를 거듭했다. 로마군은 제국 곳곳과 수도 로마의 거리에서 서로 학살했다. 흔들리는 로마의 모습을 본 게르만인, 유대인 등 속주민들도 이 틈에 반란을 일으켰다.

이처럼 로마 제국의 속사정은 외양과 달리 안정적이지 못했다. 크고 작은 진통이 일어났고, 결국 곪은 자리가 터져 버리면서 제국은 위기에 봉착했다. 한번 무너진 평화는 쉽고 평화롭게 회복되지도 않았다.

저자는 전작들처럼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로마 제국이 어떻게 위기에 빠지고 다시 극복해 전성기를 이어 가는지 장엄한 서사시로 그려낸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저자가 로마인들의 근본적인 관념과 미덕, 그들이 가진 편견과 독특한 습속 등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덕분에 독자들은 상식과 다른 옛 로마인의 다층적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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