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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동지께서 차려준 저녁”…연이은 ‘밥상’ 공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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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6 06:00:00 수정 : 2024-04-16 10: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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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이 보는 신문과 방송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챙겨준 ‘밥상’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례적 풍경에 최근 사망 사고 등으로 뒤숭숭한 군대를 찾아 ‘군심(軍心)’달래기란 추정부터 만성적 식량난을 꼬집어온 남한을 의식한 것이라는 추측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1일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 김정일군정대학을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동지께서 몸소 마련해오신 음식들”?

 

4월 11일자 노동신문에는 김 위원장이 김정일군정대학을 현지지도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김정일군정대학은 군 지휘관을 키워내는 교육기관이다. 김 위원장은 평소 현지지도에서 그랬듯 재학생들의 수업을 참관하고 교육방법 등을 지도했고, 인민이 당의 방침을 잘 따르도록 강조, 독려하는 내용들이 보도됐다.

 

눈길을 끈 것은 식당 장면이었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재학생들의 침실과 식당까지 돌아보며 “학생들의 생활을 육친의 정으로 따뜻이 보살펴주시였(었)다”며 “식당에 들리시여 학생들에 대한 후방공급실태도 구체적으로 료해(파악)하시고 몸소 마련해오신 갖가지 음식들로 교직원, 학생들의 저녁식사를 차려주시였다”고 보도했다. 함께 실린 사진에는 식탁마다 고기와 쌈채소 과일, 불판이 가득 차려져 있는 모습이었다. 

 

북한 김정은, 김정일군정대학 현지지도. 연합뉴스

신문은 또 “침실에 들리신 김정은 동지께서는 생활에 편리하게 꾸려졌는가, 난방은 어떻게 보장하는가에 대해서도 일일이 알아보시며 학생들이 불편없이 학습에 전심할 수 있도록 더 좋은 교육환경과 생활조건을 조성해주기 위해 당에서는 개건현대화 사업을 조직할 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어버이’처럼 청년들을 보살피는 모습이 상세하게 묘사됐다.

 

앞서 3월 25일자 노동신문에도 김 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탱)크사단 지휘부와 직속 제1땅크장갑보병련(연)대’를 시찰했다는 기사가 실렸고 식당에서 군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이 공개돼 이목을 끈 바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구분대 병실과 식당을 돌아봤고 관련 내용이 상세히 보도됐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구분대 식당을 돌아보시면서 군인들의 생활을 친어버이 심정으로 따뜻이 보살펴주시였다”며 “군인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만족하게 바라보시면서 지휘관들이 군인들의 식생활을 더욱 개선하기 위해 언제나 깊은 관심을 돌리고 고기와 남새(채소)를 비롯한 여러가지 부식물을 제때에 정상적으로 보장하며 병사들에게 훌륭한 생활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진정을 다해 노력하여야 한다고 당부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당시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김 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까지 군인들의 식사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3월 25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인민군 근위 서울 류경수 제105탱크 사단 지휘부와 직속 제1탱크 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뉴스1
지난 3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 뉴시스

◆‘식량난’ 체제공격 반박하는 이미지 정치?

 

북한에서는 ‘의식주(衣食住)’를 ‘식의주(食衣住)’로 바꿔 부를 만큼, 당과 국가가 ‘먹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1980년대 김일성 지시로 의식주란 관용어가 식의주로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군정대학 현지지도에서 침실과 식당, 이런 것들을 보여주고 ‘몸소 마련해 온 갖가지 음식들로’ 교직원과 학생들의 저녁식사 준비했다는 표현이 있는 것은 특이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당국자는 “3월 24일 탱크부대 방문했을 때 식사하는 모습 잘 챙겨서 사진을 내보냈는데, 군대를 격려하고 그를 통해 충성과 결집 유도하려는 목적이 아닌가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1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앞서 3월 15일 김 위원장이 우리 군의 특수부대 격인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 방문때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한 군심 이반을 달래려는 목적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낙하산을 메고 항공기에서 뛰어내린 특수부대원 중 10여명이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추락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입었으며, 이를 우리 정부가 파악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해당 보도에 대해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북한에서는 군 훈련 중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사고가 종종 발생해온 것으로 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연이어 군 장병들과 군사학교 학생들을 ‘어버이’처럼 살피는 각별히 살피는 모습을 내보낸 것은 그만큼 훈련 중 발생한 참사의 충격과 군심 이반이 심각하단 반증일 수 있다. 미래 세대, 청년 세대를 가족처럼 강조하면서 ‘어버이 수령’ 이미지를 만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지적해온 우리 정부의 분석을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정부와 일부 정부 연구기관 소속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강도높은 봉쇄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북·중 국경이 막히고 장마당이 통제되면서, 식량난을 자력갱생하던 북한 주민들의 대안이 무력화됐다는 지적을 해왔다. 또 배급과 유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아사자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관영매체 기사들을 통해 식량생산 증산을 독려했고, 목표치가 초과 달성됐다는 보도를 지속하면서 식량난이 없다는 주장을 외부 세계에 우회적으로 드러내왔다. 이번 이례적 보도들 역시 식량난을 약점으로 체제를 공격하는 시선을 반박하는 성격이 있다는 해석이다. 한 전문가는 “군 외에 다른 취약계층이나 집단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공개할 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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