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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만에 다시 문 연 대장간 [귀농귀촌애]

관련이슈 한현묵의 귀농귀촌애 , 세계뉴스룸

입력 : 2024-04-13 13:00:00 수정 : 2024-04-13 13: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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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쉼터 대장간’ 최은식 대표

18세때 아버지 운영 대장간 싫어서 몰래 봇짐 싸고 도시로
30년간 건축일 하다가 5년 전 아내 고향으로 귀농
2020년 3월 대장간 다시 시작···쇠 다루는 기술 여전
특수 농기계 등 제작 ···온라인 판매 단골 손님 줄이어 대박

18세 청년은 쇠를 달구는 대장간이 싫었다. 항상 손과 얼굴에 시커먼 쇳가루를 묻히고 다니는 게 창피했다. 풀무에서 나오는 뜨거운 불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아버지 몰래 봇짐을 싸서 도시로 훌쩍 떠났다. 도시에서 그는 건설업을 했다. 32년간 건설업으로 잔뼈가 굵었지만 점점 작은 일에도 힘에 부쳤다. 환갑을 앞두고 그는 강원 영월의 처가로 귀농을 했다.

 

3월 29일 만난 충북 단양 ‘쉼터 대장간’의 대장장이 최은식(63) 대표의 얘기다. 최 대표는 5년 전 황토방과 공방을 하는 아내의 고향으로 내려왔다. 그는 마땅히 할 일이 없었다. 어린시절 그토록 싫어했던 대장간이 문득 떠올랐다.

“단양에 500평의 땅을 샀어요” 2019년 2월, 그는 이 곳에 대장간을 준비했다. 어린시절 아버지로부터 배운 대장간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는 도시로 떠날 때까지 아버지에게 대장간 기술을 전수받았다. 무엇이든지 엄하게 가르치는 아버지한테 쇠성질을 모두 익면서 장인의 실력을 갖췄다. 오랜 숙련을 통해 담금질로 쇠의 강도나 성질을 조절할 줄 아는 대장장이가 된 것이다.

 

빈 땅에 대장간을 짓고 풀무 외에 모루·정·메·집게·대갈마치·숫돌 등 기본적인 장비를 갖췄다. 1년간 준비를 거쳐 2020년 3월 대장간 문을 열었다. 처음엔 마을사람들의 농기구를 수리하거나 주문 제작을 했다. 동네 대장간이었다.

 

시골 장터에서나 볼 수 있는 대장간이 신기했던지 인근 동네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 최 대표의 대장간은 금세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어린시절 대장장이 기술은 어디 가지않았다. 대장장이 손을 놓은지 오래됐지만 옛실력이 녹슬지는 않았다. 그렇게 싫었던 대장간이 노후 삶의 활력소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주로 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를 옛날 방식으로 만들죠” 최 대표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가 만든 농기구는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단단하고 강하다. 자신이 만든 농기구는 대장간 옆에 마련된 판매장에 그대로 진열된다. 30여평 공간에 진열된 판매장에는 기본적인 농사 도구부터 특수용 낫, 정글용 칼 등 20여가지의 농기구가 놓여있었다. 뿐만 아니다. 도마와 목탁 등 목공예품도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그는 아이디어 상품을 만든다. 농민들이 효율적으로 농기구를 쓸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한다. 그가 만든 양날 곡갱이는 농민들에게 인기상품이다. 한쪽면은 넓어 흙을 고르는데 편리하고 다른쪽은 날카로워 구멍을 내거나 찍어내는데 편리하다. 이런 특수 농기구는 여기서만 판매한다.

 

가격은 좀 비싼 편이다. 낫 한자루에 7만원에 판매하다. 시중에서 파는 가격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최 대표의 낫 한자루면 시중에서 파는 낫을 3자루 이상 사용하는 기간보다 더 오래쓴다. 그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이런 점 때문에 최 대표 물건을 한번이라도 구입한 사람들은 단골손님이 된다.

그는 대장간을 소개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또 2년 전 EBS의 한 프로그램에 최 대표 대장간이 소개되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옛날 방식으로 대장간 운영을 고집하는 최 대표의 대장장이 삶이 고스란히 소개됐다.

 

전국에서 직접 최 대표 대장간을 방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몇 시간씩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미안한 그는 찜찔방을 직접 만들었다. 3평 크기의 찜찔방은 대장간에서 주문을 의뢰하고 대기하면서 쉬는 공간이다. 찜찔방은 어느새 동네 사랑방이 됐다.

 

손재주가 있는 최 대표는 대장간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농기구의 손잡이를 만들면서 나무에 관심을 갖게됐다. 나무의 성질을 이해하면서 도마와 목탁, 그릇 등 생활에 도움이 되는 목공예까지 손을 댔다. “목탁을 한번 만들었더니, 주문이 계속 들어와요” 어느 스님의 부탁을 받고 만든 목탁이 소문나면서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얼마나 벌까? 최 대표는 한달 평균 400만∼50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하루에 200만원어치의 물건을 팔 때도 있다. 귀농 후 뜻하지 않는 벌이다. “먹고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어요” 그는 이 정도 수입으로 행복한 노후 귀농생활을 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최 대표는 특이한 귀농인이다. 귀농해서 그가 가진 재주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예비귀농인들에게 자신의 특기를 활용하라고 권했다. “나만의 재주가 있다면 귀농해도 걱정없어요” 귀농하기 전 자신의 재주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마을사람들에게 베풀면 안정적인 정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단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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