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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친일 행적’ 인촌 김성수 서훈 취소는 정당”

입력 : 2024-04-12 15:16:23 수정 : 2024-04-12 15: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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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반민족행위자” vs “독립유공자”… 상반된 평가
친일반민족행위자→독립유공자 vs 독립유공자→친일반민족행위자
동아일보 창립자 인촌 김성수.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독립유공자로 인정됐다가 일제강점기 일부 친일행적이 밝혀지면서 서훈이 박탈된 인촌(仁村) 김성수(1981~1955)의 증손자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등이 서훈 취소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2일 김재호 사장과 재단법인 인촌기념회가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서훈 취소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의 원고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호남의 거부였던 아버지의 넷째 아들로 태어난 김성수는 지난 1962년 3월1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승인을 거쳐 현재 상훈법상 건국훈장 대통령장에 해당하는 건국공로훈장 복장(複章)이 추서되었다. 당시 정부는 김성수가 1920년 동아일보와 보성전문학교(고려대의 전신) 등을 창립·운영한 공적을 들며 대한독립에 기여했다고 평가해 서훈을 수여했다.

 

그러나 2009년 6월29일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2005~2009년까지 4년간 활동한 노무현 대통령 소속으로 출범)는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조사를 거쳐 김성수가 친일반민족행위를 했다고 결정하고 이를 통지했다.

 

김성수의 친일 행적은 1937년 군용기 건조비로 일제에 300원 헌납, 일제가 전쟁 지원을 목적으로 만든 전시통제기구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발기인 등 활동, 징병·학병 찬양 및 선전·선동 행위 등이다.

 

이에 김재호 사장과 인촌기념회는 2010년 행정자치부 장관을 상대로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2017년 대법원은 김성수의 일부 친일 행위를 최종 인정했다.

 

당시 법원은 “오로지 일제의 강요에 의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김성수의 친일행위를 인정했다.다만 흥아보국단 준비위원으로 활동했다는 부분만 구체적 자료가 없어 결정이 취소됐다.

 

결국 정부는 2018년 2월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김성수의 서훈 취소를 의결했다. 상훈법 제8조 1항에 따르면 거짓이 드러나면 서훈을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김재호 사장과 인촌기념회는 2018년 5월10일 “인촌의 공적과 과오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훈 수여를 결정했으므로,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새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서훈 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는 과거 대법원 판결과 마찬가지로 김성수의 친일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해 김재호 사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인촌기념회에 대해서는 서훈 취소처분을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봐서 원고 적격도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인촌의 친일행적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라며 “서훈 심의에 관여한 위원들은 친일행적이 아닌 김성수의 공적만 고려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또 “새로 밝혀진 김성수의 친일행적은 일제의 강요에 따라 소극적으로 협력한 것이라기보다 학병·지원병·징병을 전국적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선전·선동하는 등 일제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는 “김성수의 친일행적은 서훈 수여 당시 드러나지 않은 사실로서 이후 새로 밝혀졌고, 김성수의 친일행적이 서훈 심사 당시 밝혀졌더라면, 당초 조사된 공적사실과 새로 밝혀진 친일행적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서훈에 관한 공적으로 인정할 수 없음이 객관적으로 뚜렷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서훈 취소처분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김 사장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오늘(12일) 대법원 역시 원심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김 사장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김성수의 친일행적은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1·13·17호에 해당하는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되어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보고서’ Ⅳ-3: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이유서(pp.43∼97)에 관련 행적이 상세하게 채록되어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vs “독립유공자”…상반된 평가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인촌 김성수 동상 앞에 그의 친일행적을 담은 안내판이 설치된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인촌이 문재인 정부 때 서훈이 취소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됐기는 하지만, 1945년 일제강점기 후반까지 창씨개명을 끝까지 거부하고, 일제강점기 물산장려운동, 실력양성운동을 주도하고,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지원하는 등 친일보다 항일의 공이 더 큰 인물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런 상반된 평가는 좌우가 정치적으로 따지다보니 꼬인 것이라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2005년 3월31일 ‘동아(東亞)지국은 항일 투쟁의 네트워크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좌진 장군 휘하에서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이강훈 전 광복회장은 인촌 김성수가 송진우 동아일보 사장을 통해 김좌진 장군에게 1만원 가량씩 모두 4차례 군자금을 보내왔다. 당시 1만원은 황소 100마리를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3번은 천도교 계통을 통했고, 4번째는 한 20대 청년이 동아일보 심부름을 왔다며 돈을 가져왔다고 술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일각에서는 김성수가 독립운동 가담 제의를 표면상으로는 대차게 거절하면서도 뒤로 몰래 도와줬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러 증언에 따르면 독립운동가를 방에 남겨둔 상황에서 금고를 열어놓고 밖에 나가는 일을 자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독립운동가와 그 유족들은 현재도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가 독립유공자로 된 경우도 있는 것처럼, 독립유공자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된 경우도 있지 않겠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동영 온라인 뉴스 기자 kdy031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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