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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이어진 유권자 행렬… 2030도 섬 주민도 “한 표” [선택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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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0 19:05:45 수정 : 2024-04-10 23: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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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투표소 이모저모

생애 첫 투표 대학생 “후보 공약 꼼꼼히”
자녀들 손 잡고 온 부모 “아이들에 교육”
독립운동가 박노순 현손녀도 주권 행사
50대 女 “투표 빨리하고 친구와 꽃구경”
투표지 촬영·훼손 등 사건사고 잇따라

“어제까지만 해도 투표소에 오지 말까 고민했는데, 20대 투표율이 저조하면 정치인들이 우리를 더 무시할 것 같아서 나왔어요.”

고교생도…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왼쪽 세 번째)이 10일 광주 동구 계림2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고교생들과 함께 기표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제공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 당일인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투표소에서 만난 한모(24)씨는 투표를 하러 나온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한씨는 “지역구 후보는 도장을 찍기 직전까지 고민할 것 같다”며 “비례대표는 소수정당이어도 소신껏 표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국의 투표소에는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부터 유권자들이 길게 늘어섰다.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투표 시작부터 발길 이어져

 

부산 수영구 생활문화센터에 마련된 광안2동 제2투표소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모씨는 “친구들과 꽃구경을 가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투표하러 나왔다”며 웃어보였다. 김씨는 “우리 지역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무소속 후보가 경합을 벌이는데, 내 표가 당락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돼 신중하게 투표했다”고 덧붙였다. 경기 성남시 분당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은 40대 정모씨는 “평소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지만, 오늘만큼은 꼼꼼하게 후보별 공약집을 살펴보고 나왔다”고 했다.

 

자녀와 손을 잡고 함께 투표소로 온 젊은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5살 딸을 데리고 서울 성동구의 한 투표소를 찾은 30대 여성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아서 데리고 왔다”며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당선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잘하길 응원해야 한다고 일러 뒀다”고 귀띔했다.

108세 어르신도… 10일 부산 부산진구 신개금엘지아파트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소에서 108세 이순동 할아버지가 같이 온 딸에게서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며 “투표는 국민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부산=뉴스1

대구 수성구 수성4가동 제1투표소에서 생애 첫 한 표를 행사한 대학생 김모씨는 “제대로 된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 공보물을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과 이력 등을 꼼꼼히 챙겨봤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민 이모(30)씨는 “2030세대가 왜 부동산에 열광하는지 정치인들이 깨닫고 제대로 해법을 내놨으면 한다”며 “청년들에게도 투자를 통해 계층 상승을 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독립운동가 박노순 선생의 현손녀(손자의 손녀)인 최 빅토리아씨가 투표에 참여했다. 2022년 한국 국적을 취득한 최씨는 “제가 행사하는 한 표가 국내 귀환 고려인 동포를 따뜻한 품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훌륭한 국회의원을 탄생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충북과 강원에서는 ‘육지 속 섬’으로 불리는 대청호 연안 옥천군 오대리 주민들과 화천군 화천읍 주민들이 배를 타고 투표소를 찾기도 했다. 충남 서해안 섬마을 주민들도 투표장을 찾아 주권을 행사했다. 서산시 팔봉면 고파도리 마을 이장은 “평소 섬 주민을 위해 관심을 많이 준 후보, 성실하고 믿음이 가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배 타고 투표소로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리는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오대리 주민들이 10일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5t짜리 철선을 이용해 대청호를 건넌 후 투표소가 설치된 죽향초등학교로 향하고 있다. 오대리 섬마을에는 현재 14가구 18명이 살고 있다. 옥천=연합뉴스

◆곳곳서 사건·사고도 잇따라

 

이날 각지의 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촬영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부산에서는 오전 6시15분 서구 암남동 제2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기표소 내에서 투표지를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남구 용호3동 제1투표소에선 술에 취한 한 시민이 투표소 앞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출동한 경찰에게 끌려 나갔다. 인천 부평구의 한 투표소에서도 “투표함 바꿔치기가 의심된다”며 소란을 피운 70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광주에선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50분쯤 광주 동구 계림2동 제1투표소에서 50대 남성이 함께 투표하러 온 모친이 기표소에서 “어떻게 (투표) 해야 하느냐”며 도움을 청하자 기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에 투표소 운영요원이 “제삼자가 기표를 본 경우 해당 투표용지를 무효로 처리해야 한다”고 하자 이 남성은 투표용지를 찢어버리고 귀가했다.

 

대전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군소정당 총선 후보가 투표용지를 바꿔 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기표소 입구를 막는 등 다른 사람의 투표를 40여분간 방해하기도 했다. 울산에서는 동명이인이 다른 사람의 선거인명부에 서명하는 일이 생겨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 성곡동 제7투표소가 마련된 까치울초등학교 1층 학부모실에서 수도관이 파손돼 바닥 등으로 물이 새어 나와 투표가 25분가량 중단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학부모실 내 수도관 계량기 밸브를 잠그고 물품을 옮기는 등 조치를 했다. 경남 통영시에선 투표를 하러 가던 유권자들이 탄 유람선 스크루에 부유물이 감겨 20여분간 표류하다가 해경에 이송되기도 했다. 이들은 무사히 투표소로 가 소중한 표를 행사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장성중학교 제1투표소에선 이날 오후 1시15분쯤 투표함 봉인을 훼손한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산서부경찰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이 여성을 임의동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봉인을 뜯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권자가 선거관리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이날 오전 9시50분쯤 인천 계양구의 한 투표소에서 40대 여성이 선거관리원인 또 다른 40대 여성을 폭행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경찰에 입건됐다. 폭행을 한 여성은 투표지 2장 중 1장에 기표하지 않은 채 기표소 밖으로 들고 나오다 선거관리원과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오성택 기자, 김주영·이정한·윤솔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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