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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캐즘’ 직격탄 맞은 국내 배터리 업계 실적·주가 ‘방전’

입력 : 2024-04-07 20:55:11 수정 : 2024-04-07 20: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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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식은 이차전지

LG엔솔, 2024년 1분기 영업익 1573억
美 보조금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
SK온, 1110억~1847억 적자 전망
삼성SDI, 전년동기비 39%↓ 추산

국내외서 전기차 생산 연기 ‘악재’
포스코·에코프로 주가도 ‘미끄럼’
한 달 새 시가총액 20조 이상 감소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영업이익이 급감하고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주가가 줄줄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발표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573억원(연결 기준·잠정)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 6332억원에서 75.2%나 감소한 금액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배터리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생산세액공제(AMPC)’ 1889억원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사실상 316억원 적자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분기 영업적자를 낸 건 충당금으로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2021년 3분기 후 처음이다.

아직 실적 발표 전인 다른 배터리업체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발표된 증권사 실적 전망(컨센서스)을 집계한 결과 삼성SDI는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9.3% 감소한 2278억원으로 추산됐다. SK온에 대해 한화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올해 1분기 각각 1110억원, 1847억원 적자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차전지소재 대표주자인 포스코그룹과 에코프로그룹은 최근 한 달 새 시가총액이 20조원 이상 줄었다. 지난 4일 기준 포스코그룹 상장사 6곳의 합산 시가총액은 72억1929억원으로, 지난달 4일 84조2343억원에 비해 12조414억원 감소했다. 에코프로그룹 시총도 지난달 56조6502억원에서 48조4839억원으로 급감했다.

배터리업계 실적 악화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1분기 글로벌 고객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했다.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판매량도 같은 기간 20.5% 감소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 둔화와 중국 기업 진출로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50%로 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리튬 등 주요 광물 가격이 하락한 것도 수익을 낮춘 요인이다. 광물 가격이 내리면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만, 이미 수개월 전 높은 가격으로 광물 구매 비용을 지출했기에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수요 감소로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당분간 어려운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미 포드자동차는 최근 테네시주에 건립하고 있는 전기차 생산단지 ‘블루오벌 시티’에서 생산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 픽업트럭의 고객 인도를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크빌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인 3열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출시 시기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늦추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전기차만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철회했다. GM은 이미 지난해 10월 투자 규모 40억달러(약 5조3500억원)의 전기 트럭 공장 개설을 1년간 연기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나 전기차 배터리 업황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성장 둔화는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차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경쟁 심화, 정책 불확실성 등이 원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폐기’ 발언도 부정적 전망을 확산시키는 요인”이라며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는 하반기 업황 개선을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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