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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넘긴 尹, 고민하는 전공의들… ’600’의 진실 놓고 갑론을박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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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05 10:40:39 수정 : 2024-04-05 10: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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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140분간 대화에서 평행선을 확인한 가운데 향후 의·정 대화가 더 이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대통령과 전공의 모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있어 의료계에선 ‘증원 600명’ 조정설 등 여러 추측마저 나돌고 있다.

 

◆의·정 대화 ‘시작점’ 이견 좁힐까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간 전날 만남은 양측 모두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작됐다. 집단사직 후 병원을 떠난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상황에 생활고를 호소하는 전공의까지 생겼고, 총선을 앞두고 의료 공백을 부른 전공의들과 이렇다할 대화조차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양측 입장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 뉴시스·연합뉴스 

전공의들은 지난 2월20일 집단사직하면서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박 비대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앞두곤 “4월10일 총선 전에 한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선거에 이용당하기 싫다면서도 총선을 앞둔 정부의 절박한 처지를 역이용하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 비대위도 만남 이후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 “의·정 갈등이 20년 넘게 있던 이후 단 한번도 대통령이 직접 자리에 나선적 없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 입장도 이번 만남을 앞두고 ‘2000명 증원 협의 불가’ 방침에서 일부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도 만남 직전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취지를 여러번 밝혔다. 

 

양측 모두 입장이 조금씩 변했지만 대화 시작점에 있어선 아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2000명 고수 방침을 거둬들였으니 이를 기준으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고, 전공의들은 증원 규모를 처음부터 다시 따져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2000’에서 대화를 시작하자는 측과 ‘0’부터 논의를 하자는 입장이 갈리고 있다. 

 

대통령실은 ‘2000명 고수’에서 ‘협의 가능’으로 입장을 바꿔 공을 넘겼고, 전공의들은 ‘전면 백지화 후 재검토’를 계속 주장할지를 두고 고심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의국에서 한 의료인이 '전공의 전용공간'이라고 써진 표지판을 지나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통·단 회담’ 없을듯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간 첫 회담의 내용만큼 이후 만남이 더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은 향후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언급하고, 박 비대위원장이 이번 만남 후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밝힌 것을 보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간 2차 회동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통령실은 다만 대전협 측에서 복수 대표자를 구성해 추가 면담을 요구하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달 안에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논의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인데, 문제는 전공의를 포함한 의료계가 여기에 화답할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박 비대위원장은 용산행에 앞서 “2월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며 “총회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월20일 집단이탈 후 모든 대화나 개별 인터뷰 등 외부노출을 꺼리고 무대응을 유지한 전공의들이 대화의 장에 본격적으로 나설지에 대한 전체 투표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 2일 한 대학병원에서 한 환자가 벽에 기대 있다. 연합뉴스

◆600의 진실

 

윤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 만남을 앞두고 의료계를 시끄럽게 한 건 ‘600’이란 숫자다.

 

양측 만남을 앞두고 임현택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600 햐..”라고 적으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댓글엔 “오늘 박단이랑 협의하고 600으로 쇼부보나요”, “천공이 30% 얘기하던데”, “600명인가 보네요” 등 추측이 난무했다. 천공은 윤 대통령 내외와의 과거 인연 때문에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세간에 오르내린 인물이다. 

 

앞서 의사들 사이에선 이번 만남 3∼4일 전, 역술인 천공(이천공)이 “2000명의 30%를 얘기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고 한다. 2000명의 30%가 600명이라서, 임 차기 회장이 올린 ‘600’이 같은 의미가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돈 셈인데, 일부 인터넷 언론은 이를 기사화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부랴부랴 “기자들 문의가 많아 알린다”며 “대통령실에서 의대 정원 증원 규모 600명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이 600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도 SNS에 “박단 대전협 회장과 대통령과의 회담 전 대통령실에서 600명 정원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말이 나왔는데, 대통령실에서 이를 부인했다”며 “누구의 말이 맞을까요?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물밑협상이었으니 말을 아끼겠다”고 적었다.

 

의협 내부에서 ‘불필요한 상상과 오해를 불렀다’는 비판이 일자 임 차기 회장은 SNS 답글을 통해 “제가 아무 생각없이 포스팅하지 않는다”며 “오늘 이 포스팅 하나로 이번 사태의 어설픈 파국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600이란 숫자가 언급됐다는 취지다. 임 차기 회장은 이날 SNS엔 “밖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고 적었다.

 

한편, 천공은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간 회담이 있던 4일 오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의대 증원 등 현 정부 정책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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