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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 딛고 부활한 신형 천안함… 유족 “아들 있을 것만 같아”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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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26 21:55:52 수정 : 2024-03-26 23: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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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14주기… 평택2함대서 공개

2800t급 호위함… 덩치 2배 커져
어뢰 발사대 등 대잠 역량 강화
생존 장병들 “46용사 모습 선해”

유족회장, 추모식서 野후보 겨냥
“北 폭침 부정 규탄… 방지법 필요”
신원식 국방 “NLL 반드시 사수”

“지금도 돌아보면 아들이 있을 것만 같은데….”

 

천안함 피격 14주기를 맞은 26일 경기 평택 2함대사령부. 고(故) 임재엽 상사의 아버지인 임기수씨는 추모식이 끝난 후에도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사령부 내 ‘46용사 추모비’에 그토록 보고 싶던 아들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손에 낀 흰 장갑으로 몇 번이고 아들의 얼굴을 닦아 주던 그는 고개를 푹 숙이며 돌아섰다. 다른 유족들도 한참 동안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흐느꼈다. 추모 공간 옆에는 바다에 가라앉았던 천안함이 14년 전 인양됐던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다. 유족들의 기억은 여전히 14년 전에 머무는 듯했다.

신형 천안함 내부 둘러보는 유가족들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린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유가족들이 천안함 함교를 둘러보고 있다. 해군은 이날 14년 만에 새로 태어난 신형 천안함의 내부를 유가족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뉴스1

그러나 천안함은 신형 호위함으로 부활해 유족들에게 돌아왔다. 피격 당시 작전관으로 근무했던 박연수 중령은 어느덧 함장이 되어 유가족들과 생존 장병들을 맞이했다. 구 천안함의 함장이었던 최원일 전 함장은 갑판에 올라 박 함장과 두 손을 마주 잡았다.

 

해군은 천안함 피격 제14주기를 맞아 신형 천안함(FFG-826) 내부를 공개했다. 14년 전 천안함에서 근무했던 생존 장병들도 신형 천안함의 식당, 침실 등을 둘러봤다. “예전보다 좋아졌는데?”라고 말하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벽면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피격 당시 천안함 갑판에서 근무했던 전준영씨는 “갑판에 올라오니 예전 함정의 모습들이 떠올랐다”며 “항상 갑판 위에서 대원들과 ‘우린 언제 제대하냐’고 떠들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천안함에 타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천안함 피격 14주기… 마르지 않는 눈물 ‘제14주기 천안함 46용사 추모식’이 열린 26일 오전 경기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가 아들의 얼굴을 새긴 부조물을 두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천안함 46용사 유가족 및 천안함 피격 참전 장병, 2함대 장병과 군무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뉴스1

생존장병 정현구(35)씨는 “아직도 천안함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아픈 게 사실”이라면서도 “새로운 천안함이 바다를 든든하게 지켜 준다면 우리의 아픔도 나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고(故)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여사도 견학을 마친 뒤 “천안함을 잘 지켜 달라”고 덕담을 하자 대원들은 “저희가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신형 천안함은 2800t급 호위함으로 1000t급 초계함이었던 이전 천안함(PCC-772)보다 두 배 이상 커졌다. 함정 모양은 적의 레이더 반사각을 줄여 함정 위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진 형태로 설계됐다. 무장도 한층 강화됐다. 함수갑판에는 5인치 함포가 자리 잡고 있었고 윤 여사가 해군에 기부한 유족 보상금으로 제작한 3·26 기관총(K-6)의 총구도 바다를 향해 있었다. 배의 앞부분으로 이동하자 해궁, 해룡과 같은 유도무기와 장거리 대잠 어뢰인 홍상어를 발사할 수 있는 한국형수직발사대(KVLS)도 눈에 띄었다.

구 천안함에 비해 대잠 능력도 강화됐다. 함미에는 비행갑판이 있어 해상작전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 음파탐지기를 갖춘 해상작전헬기는 적의 잠수함을 보다 빠르게 탐지할 수 있다.

 

해군 관계자는 “장거리 대잠수함 어뢰뿐만 아니라 어뢰음향대항체계도 갖추고 있다. 구 천안함보다 대잠 역량이 향상됐다”며 “수직발사대가 있어 항공기나 유도무기 공격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함장은 “14년 전 오늘이 눈앞에 생생하고, 그날 이후로 전우들을 하루도 잊은 적 없다”면서 “천안함 전우 모두와 함께 전장으로 나아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완벽하게 사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이날 임무 수행 중인 박 함장에게 전화해 “북한은 NLL을 ‘합법적 명분도 없는 유령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지속적으로 무력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선배 전우들이 목숨 바쳐 지켜 온 서해와 NLL을 반드시 사수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고(故) 이상희 하사의 아버지 이성호 천안함 유족회장은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을 부정하는 정치인들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거짓 의혹 제기, 생존 장병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제22대 국회에서는 천안함 괴담 방지 특별법을 만들어 주시길 여야 정치인들께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온 조한기·박선원·노종면·권칠승·장경태 후보를 거론하며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 천안함 유가족과 국민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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