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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북한의 ‘남한 지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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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04 23:08:42 수정 : 2024-03-04 23: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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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최고시청률 21.7%를 찍으며 종영된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돌풍으로 인한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재벌 상속녀와 북한 장교의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남북 간에 삶의 방식은 달라도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 않다는 걸 담백하게 담아내 인기를 끌었다. 해당 방송을 제작한 방송사와 담당 PD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는 등 북한 미화 논란이 일 만큼 2021년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던 드라마로 알려졌다. 바야흐로 ‘한류의 힘’이다.

극중 주먹이(유수빈)는 남한 드라마를 줄줄이 꿰고 있고, ‘천국의 계단’ 최지우의 열혈 팬이다. 드라마로 남한 지식을 배웠고, 극중 리정혁(현빈)에게 “이거이 남조선의 심장”이라며 손하트를 날린다. 북한군 상사 표치수(양경원)는 휴전선 너머 확성기로 들려오는 남한의 애국가를 4절까지 줄줄이 왼다. 북한이 대북 전단과 확성기 소리에 민감해하는 것도 십분 이해가 간다.

급기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더 이상 통일을 논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나라 관계로 보겠다”고 선언했다. 말이 나오자마자 북한의 노골적인 ‘남한 지우기’가 벌어지고 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 대화·교류 조직을 없앴다. 조평통은 남북 당국 회담, 금강산국제관광국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협의해 온 곳이다.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통일전선부 등 대남기구 정리도 지시했다. 북한 공식 무역 투자 전용 사이트에서도 붉게 칠한 한반도 지도가 사라졌다. 북한 애국가 도입부에서의 ‘삼천리’라는 단어가 빠지고, 평양 지하철 역명에서도 ‘통일’이 사라졌다.

북한 같은 독재 국가에서는 법령·제도 하나 바꾸는 건 말 그대로 ‘식은 죽 먹기’다. 그렇다고 북한 내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 출생)가 한류에 접근하는 걸 원천 봉쇄하긴 힘들다. 북·중 접경 지역 상인에게 ‘한류’는 노다지다. 한국에서 히트한 드라마·영화는 이 지역을 거쳐 북한 내로 밀반입된다고 한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평양문화보호법’ 같은 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체제 유지를 위한 김정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지만 역사나 기억은 강제로 지울 수 없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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