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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일’을 잘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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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3-04 23:08:11 수정 : 2024-03-04 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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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잖아요. 위에다 어떻게 말하겠어요.”

 

지난해 출입처 ‘윗선’이 자그마한 실수를 한 적 있었다. 정색하고 기사로 쓸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실무진에 실수를 고치면 된다고 전하자 난감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기자님이 대신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면서.

이도형 경제부 기자

13년 기자 생활 동안 이런 일을 무수히 겪었다. 그때마다 실무진들은 윗선에 ‘이렇게 고치셔야 합니다’라고 보고하는 걸 어려워했다. 올해는 아직 석 달밖에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곧 생기리라 확신한다.

 

사람인 이상 실수하는 건 불문가지다. 자그마한 잘못은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읽고 있는 당신도 다르지 않다. 인간은 거기서 거기다. 상관도, 부하 직원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살면서 계속 실수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수많은 실수를 수습한다.

 

‘실수’를 다루는 방법이 대처의 핵심이다. 어쩌면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문제는 실수를 어떻게 다루고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수습 과정에서 ‘방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실무진이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조언하고, 상관이 받아들여 “아 그러네. 고치자”라고 하면 될 걸 굳이 외부(?)의 도움을 받는 우회로로 처리하려 든다.

 

그러다 보니 이런 처리를 ‘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상관의 심기를 살피는 ‘도구’로 보는 사례를 숱하게 봤다. 실수를 ‘실수’라고 보고하지 못하고, 윗선의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었던 셈이다.

 

최근 불거졌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의 시발점은 투명하지 못했던 그의 선임 과정이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그의 선임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고, 그 결과는 축협에 대한 대중의 높아진 실망감이었다. 실망감의 파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축협이 그 실망감을 모르고 있을까.

 

얼마 전 만화 ‘미생’을 쓴 윤태호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용산역에 있는 감자탕집에 가서 직장인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대부분 누군가를 욕하더라. 내용은 일하기 싫다는 게 아니라 ‘나는 그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 일을 (상관은) 자기 마음대로 해결하려고 하느냐’는 거였다. (직장인들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일 처리의 핵심은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상관의 뜻대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마주하고 있는 목표, 달성해야 하는 과제, 처리해야 할 사안 등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다. 상관 의중을 따르는 것이, 그 실수를 덮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니다.

 

기자라는 직업 정신의 발로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 글을 보고 있는 모든 상관이 명심했으면 좋겠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일’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한다. 당신도 그렇지만 당신 아래 있는 이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내년에는 “기자님이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라는 말을 좀 덜 듣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이도형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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