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심호섭의전쟁이야기] 위대한 지휘관의 '계산된 모험'

관련이슈 심호섭의 전쟁이야기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4-03-03 22:58:18 수정 : 2024-03-03 22:58:1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인생과 마찬가지로 전쟁에서도 적자생존의 원칙이 존재한다. 강자가 지배하는 현실 속에서 약자는 치열한 노력과 행운을 통해 생존을 이어 나간다. 혹은 기회 앞에서 선택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의 대담한 베팅으로 생존을 넘어 번영할 수 있다. 그러나 약자가 추구해야 할 배팅은 단순히 확률에 맡기는 무모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하에 이루어지는 ‘계산된 모험’이 되어야 한다. 역사 속 위대한 지휘관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들의 해결법에서 이 모험을 발견할 수 있다.

 

기원전 216년 8월,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침공한 한니발(왼쪽 사진)은 칸네에서 로마군 주력과 맞닥뜨렸다. 수적 열세에 처해 있던 그의 선택은 전면을 약화시켜 적을 유인하면서 양익에 강력한 군대를 배치해 로마군을 포위 섬멸하는 것이었다. 자칫 전면이 뚫려 로마군에게 각개격파당할 위험부담이 컸지만, 한니발은 가장 강하고 신뢰하는 병사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이들을 직접 지휘함으로써 전면이 무너지지 않고 로마군을 원하는 위치까지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로마군은 한니발의 의도대로 움직였고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나폴레옹(오른쪽 사진)의 경우 1805년 12월, 유럽 평정을 앞두고 아우스터리츠에서 러시아군과 대적했다. 긴 원정으로 보급난과 겨울의 추위에 처해 있던 프랑스군이었기에 퇴각을 하거나 신속한 결판을 내야 했다. 나폴레옹은 전선을 유지한 채 프랑스군의 퇴각을 기다리며 싸움을 회피하려 했던 러시아군을 전투로 끌어내는 선택을 했다. 나폴레옹은 전장 중앙에 위치한 핵심 지형인 프라첸 고지를 이용해 러시아군을 유인했다. 러시아군에게 의도적으로 고지를 내주어 프랑스군의 약한 우측방을 노출시켰고, 이를 본 러시아군은 승리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차 즉시 이 방향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문제는 실제로 적군에게 우측방 전선이 뚫릴 가능성이 높았기에 나폴레옹은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것은 증원부대인 다부 군단이 러시아군의 공격 전에 전선에 도착하도록 이동시킨 것이었다. 결국 프랑스군은 이 전투에서 러시아군 주력을 섬멸했다.

 

이 두 지휘관은 계산된 모험을 바탕으로 각각 전투에서 승리를 쟁취했다. 우리는 위기의 순간 그것을 역전시켜 성공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과감하되 반드시 계산된 모험을 시도해야 한다. 이는 난국에 처했을 때 눈앞에 보이는 뻔한 답이 아닌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게 해준다. 역사 속 위대한 지휘관들처럼, 신중한 분석과 용기 있는 결정이 결합될 때 승리를 이룰 수 있고, 그 승리가 축적된다면 약자는 인생의 강자로 거듭나 번영을 이룰 수 있다.

 

심호섭 육군사관학교 교수·군사사학과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엔믹스 설윤 '청순 매력'
  • 엔믹스 설윤 '청순 매력'
  • 아일릿 원희 '상큼 발랄'
  • 미연 '순백의 여신'
  • 박보영 '화사한 미소'